▲시중은행 창구 모습. ⓒKBS뉴스화면 캡쳐
▲시중은행 창구 모습. ⓒKBS뉴스화면 캡쳐

- 임대차 3법, 전셋값 상승 견인

- 5대 은행 8월 전세대출 잔액 ‘96조4712억 원’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말 기준으로 100조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최대치다. 임대차보호 3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전세매물이 줄었고 전세가격 자체가 크게 오르면서 빚어진 현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4%→2.5%(입법예고)로 낮아지더도 전세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두는 낮다는 임대인의 선호가 있어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대출 증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은행계정) 잔액은 96조4,7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80조4,532억 원)과 비교하면 20%(16조180억 원)이나 폭증했다.

월별 증가폭을 보면 전월과 비교해선 2조4,156억 원이 급증했다. 전월 대비 증가폭으로는 지난 2월(2조7,034억 원) 이후 두 번째다.

은행 전세대출 증가폭은 그동안 1조원대에 머물렀다가 지난해 말 12·16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2월 2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 5월 들어서는 1조4,615억원에 그치는 등 월간 증가폭이 둔화했지만 8월 들어서 또 다시 2조원대로 대폭 늘었다.

통상 7~8월은 비수기로 통한다. 휴가와 장마로 이사 빈도가 적어 전세대출 신청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이사 수요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에 거래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전세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은, 결국 전세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44% 올랐다. 2015년 4월(0.59%) 이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의 경우 최근 9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달 0.68% 상승폭을 보였다. 2015년 12월(0.7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주간 단위로는 서울 전셋값이 62주째 상승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정부의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이 전세공급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전세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며, 이에 따른 전세대출 증가는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기에 임대인 입장에선 자연스레 전세계약 자체를 기피할 수 있단 것이다. 여기에다 집값 상승과 보유세 강화 등으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인 입장에선 전세보다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집 보여주기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 매물 자체가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갱신 시 보증금 상한제가 있어 최초계약에서) 사실상 4년에 한번 계약을 하게 되면서 전셋값이 오르지 않는 다는 것이 이상할 것”이라며 “아파트 전세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연립과 다세대 주택 전셋값까지 들썩이고 있어 대출증가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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