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 모습
▲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 모습

- 올 상반기 ‘잔존기간 1년 이내’ 602조5,200억 원

- 코로나19 여파…“투기열풍에 향후 우려 증폭”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5대 은행의 올 상반기 잔존기간 1년 이내의 원화 대출 잔액이 60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은 대출이 지난해 말 보다 6개월 사이 30조원 넘게 불었는데, 주로 가계 신용대출이나 기업 당좌대출 실행이 급증한 것이다. 은행권에선 코로나19에 실물경기 침체로 급전 성격의 대출이 늘었던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이른바 ‘유동성 과잉’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단 진단도 내놨다.

15일 각 은행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이 보유한 잔존기간이 1년 이내의 원화대출 잔액은 총 602조5,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571조5,782억 원)보다 5.4%(30조9,418억 원)나 증가한 액수다.

전체 원화대출이 이 기간 1,141조9,871억 원에서 1,203조6,179억 원으로 5.4%(61조6,308억 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가 단기대출로 실행된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잔존기간 1년 이내의 대출금이 136조6,584억 원에서 143조438억 원으로 4.7%(6조3,854억 원) 늘며 최대액수를 기록했다. 농협은행도 같은 기간 116조6,542억 원에서 122조1,812억 원으로, 신한은행은 114조919억 원에서 120조7,214억 원으로 각각 4.7%(5조5,270억 원)와 5.9%(6조7,295억원)씩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107조3,713억 원에서 112조7,341억 원으로, 하나은행은 96조8,024억 원에서 103조8,395억 원으로 각각 4.9%(5조2,628억 원)와 7.3%(7조371억 원)씩 잔존기간 1년 이내의 대출이 늘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악화된 자금사정을 원인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섭던 3~4월 대기업들 역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한도대출을 실행 했는데,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주로 하던 대기업이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것 등이 반영됐단 설명이다. 또 신용대출 역시 대출상환 기한을 1년 안팎으로 짧게 두는데, 급한 자금 조달을 위해 기업과 개인 등이 신용대출을 통한 기업 운전자금과 생활안정 자금 마련에 나선 것도 영향을 줬단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지난 3월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로 전월(78) 대비 10포인트 급락하며,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비율은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계 역시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섭던 지난 3월과 4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봉급생활자 기준 각각 89과 84를 기록했던 바 있다. 이 지수는 경기를 어떻게 체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100을 밑돌수록 소비자심리가 부정적임을 의미한다.

문제는 유동성 과잉이다. 빚으로 불어난 유동성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공급되기보다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에 이른바 ‘영끌’, ‘빚투’ 현상을 야기하고 있단 것이다. 신용대출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말 집계 당시 잔액(124조2,747억 원)보다 이달 들어 10일 까지 1조1,425억 원이나 늘었는데, 저금리에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활황세에 단기투자 심리가 발동해 금융권 안팎의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있단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실태 점검과 은행권 대출 실적 경쟁 모니터링 등에 나설 것이라 공표했지만 은행들 내부적으로 대출실행 후의 자금 활용 방안을 일일이 살펴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기대출 잔액이 늘었단 것은 그만큼 경기 사정이 좋지 않단 것을 반영한 것이지만 급전 성격의 빚은 상환에 취약할 수 있단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투기 목적으로 자금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금융시장 안팎의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모습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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