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토종OTT,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들의 국내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사실상 국내 시장이 잠식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토종OTT가 넷플릭스, 유튜브에 대항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럴 수 없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사업자들의 밥그릇 싸움, 오리지널 콘텐츠의 부재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논리와 소비자들의 효율성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흥행은 당연해 보인다. 소비자들은 넷플릭스·유튜브에 볼 만한 콘텐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토종OTT에는 재방송 및 추가 결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소비자들이 넷플릭스로부터 토종OTT로 넘어갈 유인 동기가 없어지는 셈이다. 절대적인 오리지널 콘텐츠의 양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OTT 사업자들의 이율배반적인 행태도 문제다. 이통3사는 대외적으로 토종OTT 및 K-콘텐츠의 부흥에 힘쓰고 있지만, 현실은 글로벌 공룡을 유치해 수익성을 개선하기 바쁘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까지 넷플릭스와 제휴를 확정했으며, SK텔레콤은 자회사 SKB가 넷플릭스와 소송을 벌이고 있어 디즈니로 눈길을 돌렸다.

최근 이통3사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통3사는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포부로 인디게임사들의 시장 진출 통로를 열어주고 국내 게임 산업 활성화를 돕겠다고 한다. 반면 통신사업자가 미디어 시장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실적 개선만을 꾀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국내 OTT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인 것도 문제다. SK텔레콤은 지상파3사와 ‘웨이브’를 KT는 자체 OTT ‘시즌’을, 비록 최근 방향성이 틀어졌지만 CJ ENM은 JTBC와 ‘티빙’ 합작법인도 추진했다. 넷플릭스에 대응하기에는 결집력이 부족해 보인다.

비록 자율경쟁시대라고는 하나 국내 OTT 등 미디어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잃고 글로벌 OTT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게 되면,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플랫폼 기업들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소위 ‘갑·을’ 관계가 명확해져 불합리한 계약을 이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콘텐츠 제작자, 시청자 등에게 2차 피해로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들의 자생력 강화다. 이는 곧 오리지널 콘텐츠의 투자로 직결된다. OTT 시장은 가입자들의 이탈이 활발하다.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면 된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유인 동기는 새로운 콘텐츠다.

정부의 지원책 마련도 중요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 사업자와의 망이용료 역차별 문제를 비롯해, 콘텐츠 제작 지원 및 규제 완화, 공동펀드 조성 등 다양한 방면으로 토종OTT 활성화를 위한 다방면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기업들의 발목을 잡거나 역차별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