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자회사가 아닌 관계 기업에 재직 중인데 문제될 게 있나요.”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임직원이 억대 연봉으로 관계 기업에 재차 취업한 사안을 두고 우리은행 측이 내놓은 답변이다.

지난 2017년 우리은행이 촉발한 채용비리 사건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실 폭로로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대외적으론 사적 기업의 정상적 채용절차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채용비리 사건은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당시 주 책임자였던 이광구 전 행장은 “검찰 조사와 추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면서 중도 사임했다.

책임에 통감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기 때문일까. 그는 지난해 9월 형기 만료로 석방된 뒤 ‘윈피앤에스’라는 회사의 고문으로 취임해 연봉 2억8,000만 원과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받았다. 인사 책임자급이었던 간부도 같은 회사 고문으로 1억5,000만 원의 연봉을, 다른 두 간부도 카드사 임원 등으로 옮겨 고액 연봉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과 ‘윤리’라는 잣대는 이들에겐 허울뿐인 기준일까. 우리은행 측의 설명대로 자회사도 아닌 관계 기업에 재취업한 것 자체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재취업한 기업이 경비 용역, 사무기기 관리 용역을 제공하고 매출 대부분을 우리은행에서 얻는다는 데 심각한 하자가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코로나19로 ‘취업문’이 닫힌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8월 기준 1.1%포인트 줄어든 42.9%를 기록 중이다. 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2.9%포인트나 폭등했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도 3.1%포인트 오른 24.9%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고령층의 재취업은 어떠한가. 지난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고용률은 55.3%로 1년 전보다 오히려 0.6%포인트 떨어졌다.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채용비리 사건의 주범과 공범의 재취업이 단순한 사안인지, 바늘구멍보다 좁아진 취업문을 뚫기 힘든 청년들은 분개하고 있다. 과거 ‘협작(挾作)’을 일삼던 기성세대에서 유행하던 ‘우리가 남이가’란 말이 2020년에도 되살아나선 안 된다.

잘못을 해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지나간다면, 미래가 없다. 우리은행이 세워진 지 121년 째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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