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형 iPhone 12 Pro와 6.7형 iPhone 12 Pro Max. ⓒ애플
▲6.1형 iPhone 12 Pro와 6.7형 iPhone 12 Pro Max. ⓒ애플

[SR(에스알)타임스 김수민 기자] 애플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아이폰 12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번 출시에서 특이점은 충전용 전원 어댑터와 이어팟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달 공개한 애플워치 6에서도 충전용 어댑터를 제외했다. 단 USB-C타입 라이트닝 케이블만 유일하게 제공한다.

애플의 이번 정책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애플은 “패키징의 소형화 및 경량화가 가능해져 화물 운반대에 70% 더 많은 상자를 적재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모두 적용하면 연간 200만 톤의 탄소 배출 저감이 이뤄지며, 이는 1년간 45만 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없앤 것과 마찬가지의 탄소저감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환경을 위한 좋은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반응 차갑다. 오히려 많은 소비자들은 애플이 원가절감 및 자사의 충전 액세서리나 신규 출시한 맥세이프(Magsafe)룰 판매하려는 꼼수라고 보고 있다.

애플이 제공하는 USB-C타입 라이트닝 케이블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1 프로에 적용됐던 케이블이다. 때문에 그 이전의 다른 기종을 사용했던 유저들은 케이블과 사용할 어댑터를 별도 구매해야한다. 애플은 어댑터 제공 중단과 함께 20W USB-C 타입 전원 어댑터를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2만5,000원에 판매한다. 물론 기존의 USB-A 타입을 통한 충전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고속 충전이 불가능하다.

애당초 USB-C타입 ‘라이트닝’ 케이블도 애플의 독자 충전 규격이다. 독자 충전 규격을 사용하면서 친환경 정책을 논하는 게 아이러니한 셈이다. 충전 규격을 여타 기기와 같은 케이블로 통일하면서 낭비를 줄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애플이 아이폰 12와 함께 5만 원대 맥세이프를 공개한 것도 논란을 더한다. 맥세이프는 아이폰 후면에 부착할 수 있는 무선 충전기로 최대 15W 출력을 제공한다. 타사 무선충전 패드도 사용 가능하지만, 이 경우 출력은 7.5W로 제한된다. 환경을 위해 낭비를 줄인다는 애플이 또 다른 자체 충전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셈이다.

애플의 이런 행보는 자사의 충성고객에 대한 일종의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만의 독자 규격과 액세서리를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다른 제품을 쓰는 소비자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사의 충성 고객들은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다.

다만 정말 애플이 ‘환경을 위한 선택’을 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당장의 출시 내용으로만 볼 때, 5G 부품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한 원가 절감 정책 혹은 자사의 액세서리를 판매하려는 의도라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환경을 내세운 궁색한 변명을 내세우기 보다 비용 절감을 통해 얻는 이득을 환경을 위해 환원한다는, 소비자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