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 인기 작가 ‘온다 리쿠’의 동명 원작 소설 영화화

-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음악 세계 다뤄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낙엽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 위로 말이 달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진동한다. 밝고 선명한 피아노 소리가 햇살처럼 퍼져 나간다.

‘에이덴 아야’(마츠오카 마유)는 어머니와 함께 치던 피아노 연주의 즐거움과 행복을 기억해 낸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추억에서 눈을 뜨자 11월의 쌀쌀한 공기처럼 차갑고 냉정한 비아냥거림이 들려온다. "한물간 천재 소녀, 에이덴 아야".

7년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쳐 어느새 10대에서 20대로 접어든 그녀에게 이번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마지막 도전이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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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야 앞에 낡아빠진 로퍼를 신고 콩쿠르 예선전에 참가한 ‘카자마 진’(스즈카 오지)이 나타난다. 스승인 유지 폰 호프만은 그를 하늘이 내린 선물인 동시에 재앙이라고 심사위원들에게 추천서를 보낼 정도로 파격적인 피아니스트다. 그의 자유롭고 폭발적인 연주 스타일은 청중을 사로잡는다.

아야의 소꿉친구인 줄리아드 음악원 출신 엘리트 ‘마사루 C.L. 아나톨’(모리사키 윈)은 이미 자신의 음반을 발매해 대중적 지지까지 한 몸에 받고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 그리고 콩쿠르 연령 제한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타카시마 아카시'(마츠자카 토리)는 악기사로 생업에 종사하는 세 가족의 가장으로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생애 마지막 경연에 도전한다. 마지막 피아노 콩쿠르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아야도 마찬가지이기에 둘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아카시는 이 세 명의 피아노 천재들 사이에서 노력하는 '생활인의 음악' 수준으로는 넘을 수 없는 타고난 그들 만의 세계를 지켜본다. 완벽한 연주보다 더 위의 무언가를 갈망하는 마사루, 피나는 손가락에 접착제를 발라가며 무음 피아노 건반으로 연습하는 진 그리고 트라우마에 갇혀 재능의 꽃을 피우지 못하는 아야.

그들은 일견 치열한 경쟁자로 같은 피아노 콩쿠르 무대에 서는 듯하다. 하지만 아름다운 드뷔시의 ‘달빛(Clai de Lune)’선율로 이어지는 영감의 교류 속에 서로 ‘꿀벌’의 미세하고 작은 소리에서 ‘천둥’의 크고 웅장한 소리까지 각자의 음악 세계를 열어주는 기폭제가 되어준다.

▲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꿀벌과 천둥. ⓒ엔케이컨텐츠

이들 사이에는 경쟁심도 질투도 원망도 없다. 오직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고 느끼고 즐기려 하는 열망 뿐이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려는 듯한 폭풍 같은 연주 속에서 마침내 아야의 천부적 재능은 봉인을 풀고 만개(滿開) 한다.

이 영화의 원작인 온다 리쿠의 소설 ‘꿀벌과 천둥’은 일본 하마마쓰시에서 3년마다 개최하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은 첫 구상으로부터 12년, 취재 기간 11년, 집필 기간 7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과 제156회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영화 ‘꿀벌과 천둥’은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을 통해 장편 영화로 데뷔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이 연출·각본·편집을 모두 맡았으며, 피아노 콩쿠르에서 경쟁과 우정을 나누며 성장하는 젊은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이야기를 깊고 섬세한 연출로 그려냈다. 다만 영화 속에서 한국인 콩쿠르 우승자나 출전자에 대한 설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은 다소 아쉽다.

제43회 일본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수 녹음상을 수상한 돌비 서라운드 7.1 채널 영화인만큼 음향시설이 좋은 상영관에서 관람한다면 더 깊은 음악적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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