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훈·조우진·신혜선·임원희 출연…개성 있는 캐릭터 볼거리
- 문화재 도굴 범죄오락영화...박정배 감독 첫 장편 데뷰작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도굴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다. 이전까지는 문화적 특성상 조상의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수많은 문화재들이 일본으로 유출됐고 해방 후에도 문화재에 대한 도굴과 유출은 끊이지 않았다.
장물아비인 상선들과 익명의 수요자 사이에는 단속을 피해 끊임없는 밀거래가 계속됐다. 문화재 털이범들은 사찰, 종가, 무덤 등을 노렸고 심지어는 박물관까지 범행 목표로 삼았다. 2003년에는 2인조 강도에 의해 공주박물관에 전시 중이던 문화재 4점이 10분 만에 털리기도 했다. 모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에서도 문화재를 훔쳤다는 전문 도굴범 서상복은 “오른손으로 물건을 주면 왼손으로 현금을 받는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도굴’은 이런 전문 도굴꾼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한 범죄오락영화다.
(주의: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짜들을 상대로 헤리티지 운운하며 가짜 골동품으로 사기 치는 고미술상 거리에서 ‘강동구’(이제훈)는 고가의 불상을 비닐 봉지에 담아서 다니며, 보란 듯이 이곳 저곳을 들쑤신다. 그 불상에 눈독 들이고 있던 이 바닥 최고의 상선인 '진 회장'(송영창)과 그의 행동대장 ‘주광철’(이성욱)이 이 껄렁한 도굴꾼 강동구를 가만 둘리 없다.
한바탕 소란 끝에 모종의 합의에 이른 강동구와 주광철 사이에 진 회장의 심복인 ‘윤세희 실장’(신혜선)도 끼어든다. “남대문도 훔쳐 오면 사주겠다”는 그녀는 대외적으로는 엘리트 큐레이터이지만 뒤로는 도굴꾼이 훔쳐 온 물건의 불법 세탁에 가담하고 있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왼손으로 물건 주면 오른손으로 현찰 받는 것이 룰”이라면서 대담함을 넘어선 무모함을 보이는 강동구에게 윤 실장은 새로운 도굴 건 진행을 지시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가의 문화재를 긁어모으는 컬렉터 진 회장의 일을 맡게 된 강동구와 여동생 '혜리'(박세완) 그리고 '아버지'(주진모). 그들은 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그리고 땅굴파기 달인 '삽다리'(임원희)까지 팀에 끌어들이며 서울 도심 한복판을 뒤흔들 준비를 한다.
영화 ‘도굴’은 범죄의 재구성(2004), 인사동 스캔들(2009), 도둑들(201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등 한국형 하이스트 필름 장르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다.
다만, 과거 비슷한 장르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 “문화재에는 함부로 값을 매길 수 없다”등 어디선가 접했던 듯한 틀에 박힌 대사와 플롯 전개는 영화를 단순하게 만드는 감이 있다. 인셉션(2010), 나우 유 씨 미(2013), 테넷(2020)처럼 케이퍼 무비를 넘어서는 다양한 장르적 접근과 접목을 시도하는 영화들이 보여줬던 신선함이 부족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린 좌충우돌 전개와 함께 각 분야의 도굴·절도 전문가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스크린 속을 신나게 뛰어다니며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제훈의 능청스러움, 신혜선의 깔끔한 외국어 대사처리와 절제된 감정 그리고 조우진·임원희의 코믹함 등 배우들의 연기에 힘입어 영화는 마지막까지 지루함 없이 쾌활한 극전개를 보여준다.
또한, 실제 장소와 구분하기 힘든 디테일한 세트, 달파란이 맡은 오리지널 스코어 또한 완성도 높은 범죄오락영화 만듦새에 일조한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영화 ‘도굴’에 대해 박정배 감독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캐릭터 팀플레이를 통해 신선한 장르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4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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