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 '사람을 좋아하는 소년'과 '사람을 싫어하는 소녀'가 만나는 판타지 드라마

- 제20회 데즈카오사무문화상 수상 ‘안도 유키’ 동명만화 실사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금실 좋은 부모 덕분에 ‘마치다 하지메’(호소다 카나타)의 집안은 3남 2녀라는 북적거리는 '마트료시카'같은 가족구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어머니 ‘모모카’(마츠시마 나나코)는 여섯째를 임신한 상태라 새로운 가족이 곧 한 명 더 늘어날 예정이다.

마치다는 만삭인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아 해내는 꽤 성실하고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이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듯한 모범생 이미지와 달리 공부에 소질이 없고 운동신경도 좋지 못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범함의 범주 안이라 단점이라 보기 어렵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문제는 강박적으로 남의 곤란함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부탁받은 일은 절대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에 있었다. ‘예수님’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의 인류애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지나치다 못해 병적이다. 마치다는 스스럼없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성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정확하게는 ‘이성을 좋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소설에서나 등장할 만한 막 탄생한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같은 이 캐릭터는 증오도 분노도 느끼지 못한다.

그런 마치다 앞에 등장한 ‘이노하라 나나’(세키미즈 나기사)는 세상 사람들이 싫다고 말한다.

◆ 무분별한 선행이 잔인하게 느껴질 때

양호실 일로 이노하라에게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는 마치다는 곧바로 보답을 실행한다.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이노하라지만 실은 심한 외로움에 빠져있던 그녀에게 마치다의 보살핌과 관심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애초에 '사람을 좋아하는 마치다'와 '사람을 싫어하는 이노하라'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라 둘은 쉬이 마음을 섞어내지 못한다. 이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츤데레 조력자 ‘사카에 리라’(마에다 아츠코)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마치다는 이노하라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니시노 료타’(타이가)의 사연에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이노하라는 자신의 속마음도 모르고 모태솔로 니시노를 들이미는 마치다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 와중에 비밀기능이 해제된 로봇처럼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예쁘다”는 말을 내뱉는 마치다. 그의 돌발행동이 당혹스러운 이노하라지만 이미 마음은 판타지 세계 저 너머로 휙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바람둥이 십대 모델 ‘히무로 유’(이와타 타카모리)에게까지 협력하는 마치다의 선 넘는 친절함은 이제까지 겨우 버티고 있던 이노하라의 아슬아슬한 한가닥 감정선까지 끊어내 버린다. 마치다의 티 없이 맑고 고운 이타심이 그녀에게만큼은 너무나 잔인하고 가혹하게 다가왔으며, 그로 인해 최악의 절망감을 맛보게 만든다.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악의로 가득 차 있는 세상, 약자를 괴롭히고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 타인의 불행을 기뻐하는 그런 세상에서 늘 남을 돕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마치다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슈퍼 히어로도 아닌 그가 범인류적인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 자신의 사생활 영역 안에서도 똑같은 의미로 수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코미디 요소는 충분히 웃고 즐길만하다. 다만, 초현실 혹은 판타지를 넘나드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후반연출은 마치다라는 ‘캐릭터’를 영화라는 ‘매체’로 뒤바꿔 경험하게 하는 듯한 당황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런 연출이 집중력을 다소 흐릴 수는 있지만, 이 영화를 로맨스 판타지 장르로 바라본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하다.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제20회 데즈카오사무문화상을 수상한 안도 유키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마치다군의 세계’를 연출한 이시이 유야 감독은 “주인공이 좋아하는 감정을 모른다는 설정에 흥미를 느꼈다”며, “우리 자신도 사랑을 알고 있는 척할 뿐 실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35mm 아날로그 필름으로 쵤영한 영화인만큼 특유의 따뜻하고 화사한 색감과 질감을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인류애 가득한 소년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힐링 성장영화 ‘마치다군의 세계’는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다.

▲마치다군의 세계. ⓒ디오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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