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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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에스알)타임스 이호영 기자] 2011년 질병관리본부는 독성시험 3단계 중 '가습기 메이트' 주성분 CMIT·MIT는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 등을 '옥시싹싹', '와이즐렉', '세퓨' 주성분 PHMG, PGH와는 달리 생략했다. 

이때 이미 확인할 수 있었던 폐 독성을 시험 단계를 생략하는 바람에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시험 동물 'C57BL/6 마우스'와 노출 경로 '기도 내 투여' 등 시험 조건은 폐 독성을 확인한 2019년 연구와 동일했다. 

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이처럼 PHMG, PGH 등 P계열 가습기 살균제 성분과 달리 CMIT·MIT C계열 살균제 성분 관련 2011년 질병관리본부 독성시험 설계와 시행은 시험 단계를 빠뜨리는 등 미흡했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질본의 당시 동물 독성시험 3단계는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 ▲기도 내 투여 시험 ▲흡입독성시험을 거쳤다. 

흡입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공기를 통해 물질을 노출시키는 '흡입독성시험', 그리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흡입독성시험에 앞서 독성발현 여부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물질을 동물 기도에 투여하는 '기도 내 투여 시험'으로 나눠 진행한 것이다. 또 '기도 내 투여 시험'의 실험 동물 적정 투여량을 결정하기 위해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을 진행했다. 

사참위에 따르면 질본이 P계열은 해당 순서를 지켰지만 C계열 성분은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을 생략한 채 P계열에 맞춰 10분의 1로 희석한 투여량으로 그것도 1차는 시행하지 않고 2차 기도 내 투여 시험만 시행했다. 

또 오히려 1차 시험단계에서는 '마우스'를 사용한 기도 내 투여 시험은 아예 생략한 채 P계열에 맞춰 '랫드'를 사용한 흡입독성시험만을 권장 사용량 10배에 달하는 농도로 시행했다. '랫드'는 '마우스'에 비해 체격이 더 큰 동물이다. 이같은 동물 종간 물질 반응 특성도 다르다.

그런데 이 결과만을 가지고 C계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10배 농도에도 폐 독성이 나타나지 않는 성분이 된 것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CMIT·MIT 독성을 확인했던 2019년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 성분과호흡기질환 유발 미 악화 사이의 상관성 규명을 위한 in vivo 연구'에서 폐섬유화가 확인됐던 0.29mg/kg 이상 조건은 이미 2011년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 조건에서 충족됐던 것이다. 

2011년 예비시험 투여량은 2분의 1 희석한 0.35mg/kg, 1배인 0.70mg/kg, 10배 농축한 7.00 mg/kg이었다. 

당시 CMIT·MIT에 적용한 2차 기도 내 투여 시험에서는 P계열에 맞춰 10분의 1로 희석한 0.07mg/kg을 투여, 진행했다. 이에 따라 CMIT·MIT에서는 아무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CMIT·MIT 성분은 흡입독성시험이나 기도 내 투여시험에서 모두 폐 손상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물질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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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회 소위원장은 "시험 농도를 결정하는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에서 아예 CMIT·MIT는 빠졌다. 질본이 당시 허술하게 독성 실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성시험에서 동물실험은 신약 등 사람에게 할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독성을 확인하는 실험"이라며 "그런데 이 사건은 알다시피 수많은 피해자가 이미 제품에 노출돼 피해가 나타난 상태다. 사실 이 사건은 사람의 신체 노출 증상과 제품 간 관계만 연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예용 소위원장은 "동물실험이 아닌 임상으로 피해자가 나타나면 동물실험은 필요조차 없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예용 소위원장은 "질본이 첫단추를 잘 못 끼웠거나 아예 끼우지 않은 상태로 이 사건이 진행돼오면서 시험 등을 통한 인과관계 입증 등을 기업이 재판에서 오히려 악용해왔다"고 했다.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과 애경은 2011년 질본 독성시험에서 폐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8년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근거로 활용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2019년 환경부 동물실험 결과 CMIT·MIT에 의한 폐섬유화가 확인되자 SK케미칼과 애경이 이번엔 "해당 논문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에 결과가 사람에게 재현되지 않는다"며 동물실험에 의한 인과관계 확인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9년 전 질본이 기도 내 투여 예비시험으로 가습기 메이트에 의한 폐 손상을 확인했더라면 SK케미칼과 애경도 옥시 등 P계열 기업과 같이 사죄의 전철을 밟아야만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습기 메이트 등 CMIT·MIT 제품 사용자 건강 피해가 일찍 인정되면서다. 

PHMG, PGH, CMIT·MIT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중 CMIT·MIT 제품 종류가 가장 많다. 

하지만 2011년 질본의 미흡한 독성시험 설계·시행으로 확인될 수 있었던 독성이 확인되지 않음으로써 공정위는 SK케미칼과 애경, 이마트 등 CMIT·MIT계열 사업자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2012년 무혐의 처리했다. 

이어 2016년에는 무혐의나 다름없는 심의절차종료 결정으로 피해자들이 배상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막았다.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2019년에서야 실시돼 현재는 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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