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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원더 우먼 1984' 리뷰-화려한 80년대 시대의 '슈퍼 히어로'

기사승인 2020.12.21  11: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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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패티 젠킨스 감독이 연출한 DC 코믹스 실사 영화 '원더 우먼'의 후속작

- 전작과는 다른 시도의 서사 속에서 발견하는 '갤 가돗'의 확고한 존재감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1941년 등장 이후 DC 코믹스와 1970년대 TV 시리즈를 거쳐 인기를 얻은 원더 우먼은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여성 슈퍼 히어로 캐릭터 중 하나다.

2016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통해 새롭게 공개된 리파인 디자인의 원더 우먼은 초대 배우인 린다 카터의 모습과 함께 강력하게 아이콘화된 이미지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런 일부의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2017년 개봉한 패티 젠킨스 감독 연출의 첫 단독 캐릭터 영화는 차세대 원더 우먼 모습을 관객의 뇌리에 성공적으로 각인시켰다. 그리고 DC 코믹스 원작 실사 영화 중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곧 개봉하는 후속작 ‘원더 우먼 1984’은 전작의 흥행 성공을 이끌었던 패티 젠킨스 감독이 공동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번에는 1910년대 1차 세계 대전 시대보다는 좀 더 가까운 과거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새로운 서사를 펼친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풍요로운 1980년대를 살아가는 외로운 원더 우먼

영화는 원더 우먼의 고향 데미스키라 섬에서 열리는 역동적인 서커스 같은 아마존 전사들의 경쟁 경기를 65mm 아이맥스 카메라 화면에 담으면서 매우 순조롭게 블록버스터다운 출발을 보여준다.

이후 1979년 종영한 린다 카터 주연의 TV 판 원더 우먼을 이어받으려는 듯 1980년대로 이어지는 화면은 에어로빅, 브레이크 댄스, 전자시계, 아케이드 게임센터 등 그 시대를 풍미한 다양한 유행과 고전적 감성들로 채워진다. 전작이 화약 냄새 가득한 어둡고 거친 전장의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이번에는 스크린에 원색을 가득 채워 화려했던 시대상을 재현한다. 대량 소비시대에 들어선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한스 짐머의 활력 넘치고 웅장한 울림이 있는 음악을 통해서도 잘 전달된다.

티아라 부메랑이 처음 등장하는 쇼핑몰 무장강도 제압 에피소드에서는 원더 우먼만의 매력적이고 상징적인 고전 활극 액션 이미지가 가장 적절하게 표현된다. 이 액션 연출은 영화 전반에 걸쳐 가장 원더 우먼적인 모습을 담고 있으며 초반 분위기를 예열하는 역할을 한다. 

고향을 떠나 인간세상에 안착한 원더 우먼 ‘다이애나 프린스’(갤 가돗)는 7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죽은 연인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그리워하며 남겨진 기억들을 고독 속에서 추억한다.

외롭게 살아가는 다이애나 앞에 새롭게 등장하는 직장동료 ‘바바라 미네르바’(크리스틴 위그)는 지적이며 유머러스하고 매우 선량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미지 않은 외모와 낮은 자신감 때문에 외톨이로 살아간다. 다이애나는 그런 그녀를 순수하게 친구로 받아들인다.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바바라는 다이애나의 당당하면서도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을 흠모하게 되고 이내 그녀와 똑같아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소원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실현된다. 그녀는 이전과 달리 사회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매력적 여성으로 탈바꿈한다.

바바라가 그랬던 것처럼 다이애나에게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스티브가 갑자기 살아 돌아온 것이다.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일 뿐 스티브와의 재회에 다이애나는 세상 전부를 얻은 것보다 더한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1차 세계 대전 시절 스티브가 다이애나에게 인간 세계를 가르쳐 준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그녀가 1980년대의 세상을 그에게 가르쳐준다.

이 지점까지 바바라와 다이애나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바바라 앞에 사기꾼 냄새를 풍기는 사업가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가 나타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결국 바바라는 다이애나에 대한 질투와 함께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빌런 ‘치타’로 거듭나게 되고 악당 맥스 로드와 공조해 원더 우먼을 위기에 빠트린다. 

한편 맥스 로드는 치타의 비호 아래 사람들의 끝없는 욕망을 이용한다. 그리고 전 세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한 탐욕스러운 악행을 시작한다.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다양한 이야기를 차용해 만들어낸 서사

1편은 신화적 탄생 배경을 가진 반신(半神)이자 슈퍼 히어로인 원더 우먼이 인류를 위해 전쟁의 신 아레스와 맞서는 싸움을 다뤘다. 칼과 방패를 들고 전우들과 함께 전선을 앞장서 누비는 원더 우먼의 초인적 액션 그리고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은 롤플레잉 게임이나 어드벤처 장르 영화와도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비참한 전쟁 묘사와는 대비되는 원더 우먼의 아름답고 따뜻한 인간애는 인류의 구원자라는 상징적 캐릭터성까지 완성해낸다. 권선징악이 담긴 장대한 액션에 좀 더 집중한 것이다.

2편은 이와는 다른 영화적 서사를 시도한다. 극의 초반 다이애나가 뛰어난 전사적 기량과 재능을 갖추고 어머니 ‘히폴리타’(코니 넬슨)와 이모 ‘안티오페’(로빈 라이트) 아래에서 진실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왔음을 서술한 이후 아마존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마존 전사들의 활극이 자주 등장했던 1편과는 달리 이번 속편에서는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평범한 원더 우먼의 모습에 더 집중한다. 이와 함께 인류의 본성에 대해 좀 더 깊게 질문한다. 전작과 비교해 캐릭터에 대한 서술과 드라마 비중이 늘어난 편이며, 살인 묘사가 존재했던 1편과는 다르게 불살(不殺)의 액션을 담았다. 그리고 사랑과 인류애, 가족애 그리고 화해에 대한 묘사에 집중한다. 이런 연출은 가족 단위 관람 유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타격감 있는 액션 분량은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다이애나의 연인 스티브의 재등장과 재회의 시간들은 불꽃놀이처럼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 속에서도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의 로맨스를 지켜보기에 충분한 분량을 제공한다. 이외에도 비록 악당의 면모를 보여주는 캐릭터지만 바바라의 유머러스함이 동반된 매력적 변신은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여러가지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초반부터 미디어를 이용해 대중을 현혹하는 욕망의 제왕 맥스 로드는 후반부로 이야기가 진행할수록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를 연상하게 한다.

영화는 별다른 대가 없이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지니’ 대신에 W.W. 제이콥스의 소설 ‘원숭이 손’에서 모티브를 따온 도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행운을 가장해 불행과의 등가교환을 유도하는 극적 장치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구도를 이끈다. 그리고 그 갈등의 원인이 인간 욕망과 탐욕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다. 극의 위기에는 1980년대 냉전과 핵우산 그리고 스타워즈로 알려진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을 차용한다.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원더 우먼에 대한 새로운 시도

1편의 원더 우먼이 동료들과 함께 사건을 돌파해 나갔다면 이번 후속작에서는 홀로 모든 것을 주도한다. 몇몇 주요 장면에서 조력자인 스티브가 함께하지만 그 비중은 전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크리스틴 위그의 치타와 페드로 파스칼의 맥스 로드는 설정된 캐릭터의 용량 안에서 충분한 연기와 역할을 해낸다. 이 두 명의 빌런은 원더 우먼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을 만큼 강력하고 압도적인 면도 보여주지만 전편의 아레스와 비교한다면 액션과 비쥬얼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작품은 마치 갤 가돗만을 위한 영화인 양 그녀가 연기하는 원더 우먼은 이야기 속 모든 것을 꽉 잡아 이끌며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진실의 올가미’로 보여주는 현란한 액션들과 치타와의 격전에서 등장하는 아스테리아의 ‘골든 아머’를 착용한 원더 우먼의 위용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투명 제트기의 등장은 이렇다 할 놀라움을 선사하지는 못하지만,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 위한 아이템으로만 본다면 충분히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영화 ‘원더 우먼 1984’는 새롭게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으며, 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겨 주는 슈퍼 히어로 영화인 점은 분명하다. 다만 전편에 비해 약해진 액션과 151분 상영 시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결전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원더 우먼 1984’는 코로나19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닌 영화관 대화면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될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이기에 반가운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쿠키 영상은 올드팬들에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장면이 될 것이다. 23일 개봉 예정.

▲원더 우먼 1984.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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