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리틀빅픽처스
▲걸. ⓒ리틀빅픽처스

- '소년'의 몸으로 태어난 발레리나 '소녀' 이야기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성소수자 영화는 보통 사회 제도와 편견에 맞서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혹은 인물 내면의 깊은 정서적 갈등 부분에 초점을 둔 작품의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 경우가 많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영화 ‘걸’은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이 영화와 관련해 루카스 돈트 감독은 자신이 영화 학교에 입학했던 2009년, 소년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발레리나를 꿈꿨던 15세 소녀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면서 작품 구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그 기사의 주인공인 트랜스젠더 발레리나 노라 몽세쿠흐의 이야기를 각색해 만들어졌다.

▲걸. ⓒ리틀빅픽처스
▲걸. ⓒ리틀빅픽처스

소년의 몸으로 태어난 소녀 ‘라라’(빅터 폴스터)는 발레리나를 꿈꾼다. 택시 드라이버인 아버지 ‘마티아스’(아리 보르탈테르)는 누구보다 라라를 이해하며 가정에 헌신적이다.

마티아스는 라라가 원하는 발레리나의 꿈과 여성의 삶을 위해 무용학교 진학과 성전환 수술 준비 등에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극 중 가족 간 갈등이 있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자식을 걱정하는 부성애에서 비롯될 뿐이다.

라라는 어린 동생이 자신을 예전 이름인 ‘빅토르’로 부르는 것에도 상처를 받는 섬세하고 예민한 사춘기 청소년이다. 그리고 그즈음에 누구나 겪는 자기 외모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를 겪고 있다. 아버지에게 남자와 여자 어느 쪽을 좋아하는지 모호하게 답하지만 성에 대한 호기심 또한 자연스레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남자의 몸이기에 육체적·심리적 벽에 부딪치며 불안정함을 보이며 성정체성에 힘들어한다.

▲걸. ⓒ리틀빅픽처스
▲걸. ⓒ리틀빅픽처스

일견 또래 소녀들 사이에서 잘 어울려 지내는 듯 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여자인 그녀들에게 완벽하게 받아들여지지는 못한다.

그런 라라는 남보다 늦게 시작한 발레이기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건강을 축내 가며 연습에 매진하며 고통과 인내 속에 육체를 더욱 혹사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국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이 갇혀 있는 맞지 않는 육체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조바심은 그렇게 현실과 상충하게 된다. 라라는 결국 정신적으로 취약해진다.

◆ 사춘기 청소년과 아버지...'가족'에 관한 영화

편견을 갖지 말라는 요구는 때때로 강요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요구가 또 다른 편견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영화 ‘걸’은 그런 면에서 대중에게 올바름의 강요나 가르침을 시도하지 않는다. 영화 안에는 질풍노도 시기를 겪는 사춘기 청소년의 꿈과 열정, 두려움 그리고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주로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걸. ⓒ리틀빅픽처스
▲걸. ⓒ리틀빅픽처스

한편 라라 역의 빅터 폴스터가 트랜스젠더가 아닌 시스젠더이기에 원하지 않는 몸에 갇혀 사는 영혼의 괴로움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함에도 빅터 폴스터는 배우로서의 첫 데뷔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는 ‘대니쉬 걸’(2016)에서 트랜스젠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 역을 맡았던 에디 레드메인의 열연과도 좋은 비교가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담고 있는 영화 ’걸’는 직접적으로 프라이드 플래그를 휘날리기 보다는 따뜻한 황금색, 정열적인 붉은색, 우울하고 차가운 파란색 등 선명한 색감을 통해 라라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특히 라라가 ‘루이스’(티멘 고바르트)의 곁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직후 눈물을 보이는 풀 프론탈 장면 등을 포함해 내면의 슬픔과 애처로움 등 감정선 연출이 극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루카스 돈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걸’은 제71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으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남우주연상 (빅터 폴스터), 국제비평가협회상, 퀴어 종려상 수상 등을 수상했다.    

▲걸. ⓒ리틀빅픽처스
▲걸. ⓒ리틀빅픽처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