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당시 피해 호소에 나선 사용자들. ⓒSR타임스
▲2019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당시 피해 호소에 나선 사용자들. ⓒSR타임스

[SR(에스알)타임스 이호영 기자] 사상 초유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초래한 가해 기업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한 법원 '무죄' 판결이 소비자 분노를 부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CMIT·MIT 계열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하고 판매했다. SK케미칼은 1994년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 시장에 내놨다. 이같은 SK케미칼과 계약을 맺고 2002년부터 2011년 8월 정부 역학조사발표 직전까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기업은 바로 애경산업이다. 

PHMG 계열 가습기 살균제를 취급한 옥시 등과 달리 인체 유해성 입증이 안 됐다는 이유로 단죄에서 비켜나 있던 이들 기업은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 기소로 2년여간 법정 공방 끝에 결국 얻은 답은 가해 기업 '무죄'였다. 

그동안 이들 기업은 가해 행위조차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사 제품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과와 보상 요구를 법적 판단 후에 하겠다는 답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등 '법이 잘못했다고 해야만 잘못을 인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들은 제품과 인체 피해 간 인과 관계를 요구한 법원 판결에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이같은 피해자 현실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SK케미칼을 비롯한 애경산업과 이마트, 필러물산 등 임직원 13명, CMIT·MIT 계열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사법부 1심 판단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며 "인체 해로운 독성물질을 만들고 판매한 사업자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것을 도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15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특정 피해자만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소비자들을 우롱한 사건"이라며 "언제, 어디서, 어떤 제품으로 우리에게 같은 피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해당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고 피해 유발 가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협의회는 "구 유공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품을 처음 만들어낸 살인 제품의 판도라 상자를 연 회사고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 살균제를 넘겨받은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최대 판매사"라며 "이날 무죄 판단으로 해당 기업들은 면죄부를 얻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지켜본 다른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표시 광고를 어겨도 법이 입증하면 유죄고 법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가 될 것이란 잘못된 믿음을 갖게 만든 것"이라며 "제품을 만든 기업이 제품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고 제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2020년 7월 기준 환경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를 한 사람은 6817명, 사망자 1553명이다. 한국환경보건학회에 따르면 추산 사용자는 350만~400만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10% 가량인 30만~40만명이 가습기 살균제 사용 후 건강 문제가 발생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협의회는 "가습기 살균제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수에 비해 신고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피해 신고자는 전체 피해자 1~2%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해당 사태를 초래한 가해 기업에 대한 사법부 정확한 판단을 재차 촉구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