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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소울’ 리뷰…‘꿈'을 품은 이들에게 바치는 인생 이야기

기사승인 2021.01.20  09: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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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인생’·’음악’·’흑인 정체성’을 하나로 엮는 세밀한 세공의 연출이 빛나는 수작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노예라는 신분으로 17세기부터 미국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미국 내 인종 갈등은 19세기 합법적인 노예제도 폐지 이후에도 지속돼 최근까지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미국 흑인 역사의 애환을 담은 정서는 그들의 '블랙 뮤직'에 반영됐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뉴올리언즈 지역에서 시작된 재즈다. 재즈는 즉흥연주라는 큰 특징을 가지고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가 결합돼 발전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 중 하나가 됐다.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원제: Soul)’은 이런 재즈를 사랑하는 한 흑인 뮤지션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에서는 천재 음악가 레이 찰스의 전기영화 ‘레이’를 통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이미 폭스가 음악에 대한 꿈과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조’ 역을 맡아 깊이 있는 감정을 담은 목소리 연기를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소울’은 제목 그대로 영혼과 음악을 함께 담아낸 작품이다.

▲소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재즈 음악 외길 인생 ‘조’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 시간제 음악 교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조는 불협화음만 일으키며 제대로 연주를 해내지 못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재즈를 향한 열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뮤지션이다.

조는 제자 중 유일하게 음악적 재능을 보이는 '코니'를 칭찬하며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클럽에서 재즈 음악을 처음으로 접했던 잊지 못할 일생일대의 순간을 떠올린다.

그는 학생들 앞에서 피아노로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듯 마음 속을 파고 드는 재즈 선율을 연주한다. 그리고 “난 연주를 하기 위해 태어났어”라며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을 아주 명확하게 밝힌다.

그런 그는 학교가 제의하는 정규직 음악교사 자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이 소식을 들은 조의 어머니는 중년이 되서도 엄마에게 속옷 수선이나 맡기던 철부지 아들이 이제서야 제대로 된 안정적인 직업을 갖게 됐다며 기뻐한다. 

하지만 조는 유명 재즈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서서 멋진 연주를 하는 것만이 유일한 인생의 목표이자 꿈이다. 관객은 물론 그 본인조차 자신의 음악 속에 빠져들어 연주하던 옛날 재즈 클럽의 피아니스트처럼 말이다.

▲소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도 변치 않는 음악을 향한 열정

드디어 꿈에 그리던 최고의 재즈 밴드 '도로테아 윌리엄스' 사중주단(Quartet)에 합류해 연주하는 소망이 이루게 된 조. 하지만 그는 그날 공교롭게도 ‘머나먼 저 세상’으로 훌쩍 떠나버리는 사고를 당한다.

영혼이 소멸돼 완전한 죽음에 이르는 ‘머나먼 저 세상’으로 가는 길에서 도망치려던 조는 태어나기 전 세상인 ‘유 세미나’에 떨어지고 만다. 그곳은 태어날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었고 지구로 내려갈 수 있는 포털이 존재했다.

지구로 되돌아갈 통로를 발견하게 된 조는 크게 기뻐한다. 하지만 그 기쁨은 곧바로 큰 실망으로 바뀌게 된다. 영혼이 멘토의 도움으로 관심사를 발견해 ‘불꽃’을 갖게 되면 ‘지구 통행증’을 얻게 되는데 그것 없이는 되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 돌아가 재즈 클럽에서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는 조는 지구 통행증을 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던 조는 그곳의 관리자인 ‘제리’들에 의해 어쩌다 보니 가장 까다로운 영혼번호 ‘22’(티나 페이)의 멘토로 임명된다.   

링컨, 간디 심지어 테라사 수녀조차 포기한 염세주의자 22는 순번이 말해주듯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을 거부하며 유 세미나에 오랜 세월 동안 계속 머물고 있는 영혼이었다. 멘토와 멘티로 만난 둘은 이해타산이 딱 맞아 떨어진다. 삶에 관심이 없고 인간이 되기 싫은 22는 꼭 되돌아가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는 인생의 목적과 열정이 분명한 조에게 지구통행증 따위는 넘겨주고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 둘의 계획은 생각처럼 쉽게 풀려가지 않는다.

▲소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재즈를 통해 미국 흑인 정체성 그려내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캐릭터 기용은 ‘비버리힐스 캅’ 시리즈의 에디 머피, ‘나쁜녀석들’ 시리즈의 윌 스미스,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 ‘펄프픽션’의 새뮤엘 잭슨처럼 특출한 캐릭터성을 가진 몇몇 배우에게만 집중됐다.

최근에는 좀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진 많은 작품 속에서 흑인 배우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인종적 안배를 위해 구색 맞추기 역할이거나 역사왜곡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시대상에 맞지 않는 흑인 캐스팅을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그런 무리수 속에서도 정작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이나 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들은 결코 많지 않다.

특히 애니메이션 작품에서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같이 흑인 프로타고니스트가 등장하는 작품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은 창의적이고 세련된 연출로 인생과 삶의 목적을 논하는 성장영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즈 음악을 통해 흑인 정체성을 담아낸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다.

“인생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영화 속 조의 대사는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삶이라는 상자 안에 불꽃을 채워 넣듯이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삶의 목적’을 잃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준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의 연출을 맡았던 피트 닥터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지금은 23살이 된 아들이 태어났을 때 함께 시작된 아이디어였다. 아들을 지켜보면서 사람은 저마다 고유하고 구체적인 자아의식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것을 만드는 세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는 ‘소울’만의 특별한 세계관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엔드크레딧 송을 담당한 '이적'.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음악은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와 ‘소셜 네트워크’로 제83회 아카데미, 제68회 골든 글로브 음악상을 수상한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맡았다. 국내 더빙판의 엔드크레딧 송 ‘쉼표(with 윤석철)’는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담당했다.

제 73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애니메이션 ‘소울’은 인생과 음악 그리고 흑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하나로 엮는 세밀한 세공의 연출을 통해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열정의 울림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20일 개봉.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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