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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세자매’ 리뷰…세상의 모든 ‘자매’를 위한 영화

기사승인 2021.01.24  20:3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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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리틀빅픽처스

- ’한 집’에 살았던 ‘세 여자’의 집을 들여다보는 완벽한 연출

- ‘문소리’·’김선영’·’장윤주’ 가슴 울리는 메소드 연기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세자매’는 완벽하게 한국 사회 어딘가에 있을 가족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 작품의 놀라운 몰입감은 뛰어난 연출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그리고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세자매. ⓒ리틀빅픽처스

◆ 완벽해 보이는 ‘미연’의 집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두 눈을 꼭 감고 기도에 집중하는 독실한 신자 ‘미연’(문소리). 최근 광교 신도시 고급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그녀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신의 축복이 항상 자신 곁에 함께 하길 바라는 미연은 교회 활동에 활발히 나서며 성가대 지휘자까지 맡고 있다.

그런 미연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남편 ‘동욱’(조한철)이 교회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환호한다. 교수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미연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웃음 짓는다. 성가대 연습이 끝난 대학생 ‘효정’(임혜영)의 등교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성격을 비롯해 모든 것이 완벽할 것만 같은 미연. 그녀의 집은 하얗고 깔끔하다.

▲세자매. ⓒ리틀빅픽처스

◆ 자유분방함을 넘어선 ‘미옥’의 집

부스스한 모습으로 식탁에 앉은 극작가 ‘미옥’(장윤주). 그녀는 남편 ‘상준’(현봉식)이 남긴 쪽지를 시큰둥하게 읽어본다. 착하고 성실한 남편이 신경 써서 차려 놓은 식사를 한번 맛보고는 숟가락을 내던진다. 미옥은 늦은 저녁 귀가한 상준이 몰래 감춰둔 자신의 소주병을 찾아내자 날카롭게 짜증을 낸다.

그녀는 주로 집에 있긴하지만 집안일에 일체 손대지 않는다. 남편보다 술을 더 껴안고 살다시피하는 미옥은  주변인들에게 험한 말을 내뱉는다. 유통일을 하는 상준은 불평도 없이 그런 아내 뒤치다꺼리를 한다. 아들 ‘성운’(장대웅)은 제멋대로인 새엄마 미옥이 창피해 학부모 상담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옷과 잡동사니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쾨쾨한 미옥의 집은 술 취한 미옥의 머릿속처럼 정돈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공간이다.

미옥은 어릴 때부터 의지해온 둘째 언니 미연에게 매번 술에 취해 전화한다. 동생 미옥의 술주정 전화를 억지로 받아든 미연의 목소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엄마처럼 차분하다. 미연에게 미옥은 남들 앞에 내세우지 못할 부끄러운 존재이긴 하지만 동생 아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교회로 찾아온 친동생 미옥에게 밥을 사 먹이던 미연은 첫째 언니 ‘희숙’(김선영) 이야기가 나오자 쌓였던 불만을 터트린다. “옛날부터 나만 나쁜 년 만들었다”며 자기에게 돈 빌려 간 일부터 아버지 생일 챙기는 일을 혼자 도맡아 하는 것까지 마음속에 쌓아 뒀던 불만거리를 다 끄집어낸다.

그런 미연의 불평을 듣고 있던 미옥은 제일 큰 언니인 희숙이 불쌍하다며 “우리 중에 제일 그러지 않았나?”라고 한마디 한다. 그 말에 돌연 미연은 자기 탓을 하며 목소리를 낮춘다.

▲세자매. ⓒ리틀빅픽처스

◆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희숙’의 집

희숙은 꽃집 사장님이다. 그녀의 가게는 밝고 화사해야 마땅하지만 어둡고 음침하다. 컴컴한 동굴 같은 가게에 들른 남편 ‘정범’(김의성)이 무심하게 한 소리 하자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붉은 조명과 낮게 깔린 소음 속에서 그녀는 혼나는 아이처럼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희숙은 자신의 뱃살을 쥐고 흔드는 남편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오는 험악한 말에 배시시 웃기만 한다. 그러면서도 희숙은 정범에게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돈을 바치듯 건넨다.

그녀의 하나뿐인 딸 ‘보미’(김가희)는 남편 정범과 똑 닮아 매번 가슴에 비수를 꼽는다. 희숙은 딸이 잠들었을 때만 그 곁에 다가갈 수 있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남 앞에서 무릎 꿇고 비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장미꽃으로 자신을 찌르든 가시 돋은 잔인한 말에 찔리든 이 모든 끔찍한 고통을 안고 살면서도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는 희숙. 그녀는 깨진 화분처럼 붕괴된 숨 막힐 것 같은 가족 안에 홀로 웅크린 채 갇혀 있다.  반복되는 전철 소음처럼 불안함이 가득한 희숙의 집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세자매. ⓒ리틀빅픽처스

◆ 아버지 생일에 모두 모인 세 자매

아들 성운에게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하고 싶은 미옥은 언니 미연에게 “엄마는 뭐해야 해?”라며 철없는 질문을 던진다. 사실 미옥은 표현이 서툴 뿐 성운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엄마다.

그런 미옥에게 미연은 신의 선물 같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라고 조언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하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 겉으로는 너무나 완벽해 보이던 미연의 가족은 해체 위기에 놓인다. 그래도 그녀는 가정을 지켜낸다.

성가대를 지휘하는 미연의 표정은 냉정하다. 그것은 어쩌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배운 그녀 자신만의 방어 방식일지 모른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오랜만에 만나게 된 언니 희숙은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미연은 그런 언니가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영화는 자기 멋대로인 셋째 미숙, 남몰래 절규하는 둘째 미연 그리고 숨죽인 첫째 희숙의 집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이외에도 세 자매의 너무도 다른 각자의 남편과 자식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나누고 교차시켜 화면 안에 담아낸다. 또한 어두운 꽃집과 밝은 교회, 남겨진 쪽지 등 그녀들의 상반된 이미지도 명확하게 대비시킨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달라 보이던 세 자매는 아버지 생일날 막냇동생 ‘진섭’(김성민)과 한자리에 모여 네 남매가 되는 순간 과거를 드러낸다. 오랜 세월 그들을 할퀴고 짓이겨왔던 폭력의 희생자들이었던 네 남매. 

떠올리고 싶지만 희미해진 기억과 억지로 잊고 싶지만 생생하기만 한 기억을 가진 미연은 무던히 아물었을 거라 여겼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아버지를 향해 절규한다.

그리고 세 자매는 폭력의 그늘을 안고 시작했던 어두운 뒷모습 그리고 각자를 감추고 있던 공간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로 나간다.

▲세자매. ⓒ리틀빅픽처스

◆ ‘문소리·김선영·장윤주’…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명연기

주연을 맡은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는 영화 '세자매'에서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영혼을 그대로 담아낸 메소드 연기를 선보인다. 여기에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돋보인다. 보미 역을 맡은 김가희는 현실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연기를 펼친다. 유사한 주제를 담은 영화들에서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신파 장면은 전혀 없음에도 뛰어난 감정선 연출로 격한 공감의 감정을 이끌어낸다.

지난 18일 서울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문소리는 “여자 형제가 없고 교회도 별도 다녀본 적이 없지만, 내면적으로 굉장히 닮아 있어 감추고 싶은 부분 때문에 처음에는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캐릭터와 실랑이를 많이 했지만 끝내는 깊이 들어가 빠져나오기가 힘들기도 했다”고 자신이 맡은 미연 역에 대해 말했다. 공동 제작자로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옛날에 이창동 감독에게 '배우'라고 해서 다른 것이 아니며, 영화는 다 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배웠다. 이 작품에 대해 같이 의논할 수 있고 고민할 수 있었던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다”고 밝혔다.

▲영화 '세자매'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승원 감독,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사진 왼쪽부터). ⓒ리틀빅픽처스

희숙 역의 김선영은 캐릭터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무슨 옷, 머리, 신발을 했을까 생각한다. 희숙에 대해서도 같은 고민 지점을 가지고 있었다. 감정 소모가 전체적으로 있었지만 이미 마음을 먹고 이 사람은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전제하에 연기했기에 즐거웠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인 이승원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오랫동안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와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누구 앞에서보다 가장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부분이 특별하다”고 밝혔다.

모델이 아닌 연기자로 미옥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장윤주는 “'나'라는 사람은 믿지 못해도 '미옥'은 믿고 싶어 즐거운 작업이었다. 남편을 ‘왜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를 때리냐’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 가장 공감됐다”며 ”세 자매의 막내로 살면서 굉장히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승원 감독은 “문소리, 김선영 배우와 영화를 찍게 되면 어떤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찍으면 좋을까 생각했다. 처음에는 배우 이미지를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고 영화 작업이 시작되면서는 대화를 하면서 고쳐 나갔고, 합류한 장윤주 배우에 대해서는 인물에 맞는 대사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며 “가정폭력, 외도 등이 영화나 이야기에서 쉽게 소모가 되었던 것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런 문제를 두고 배우들이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싶었고 누구나 공감하며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원론적인 문제의식을 다뤘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세자매’는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세자매. ⓒ리틀빅픽처스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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