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에스알)타임스 이호영 기자] 장기 불황 속 업황 악화, 이커머스업계와의 경쟁, 이에 더해 중국발 리스크, 일본 불매, 최근 '코로나19' 직격타까지 잇따른 악재 속 유통업계 롯데쇼핑은 현재 오프라인 점포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비효율 매장에서 확대된 적자폭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다. 

최근 5년간 롯데 유통 부문 매출은 11조원 가량이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롯데쇼핑 주가는 2006년 공모 당시 40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온라인·모바일 추세 속 온라인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위기 속 창사 이래 처음일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롯데도 향후 미래 먹거리 핵심에 이커머스를 놓고 있다.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신동빈 회장이 전국에 걸친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온오프 연계(O2O) 무경계 쇼핑 옴니 채널 전략을 강조해왔다. 

옴니 채널은 모바일, 온오프라인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옴니 채널 쇼핑 환경으로 강조되는 것은 어떤 경로, 채널에서든지 같은 매장을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어느 기업보다 롯데는 옴니 채널 등으로 롯데만의 오프라인 자산을 강점으로 인지하고 적확한 이커머스 방향 타진에 나서왔지만 선두를 치고 나서진 못했다. 결국 그룹 통합 온라인몰 출범도 유통 경쟁사 신세계가 앞섰다.   

이같은 데는 변화에 느린 롯데 특유 관료주의 조직 문화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롯데 재계 5위 몸집에 걸맞게 현재 이커머스업계 판을 뒤흔들 정도의 투자가 없다는 게 가장 치명적이라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조직 문화 관련해서는 신동빈 회장도 위기 속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상반기 롯데 사장단회의 VCM에서 이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기업 문화 쇄신을 위해 지난 2년간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며 "아직도 일부엔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경영환경에 걸맞는 조직 문화를 주문했다. 신동빈 회장은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강조한 것이다. 

온오프 연계 옴니 채널 청사진과 실제 이를 현실화할 수도 있는 자산도 있지만 이를 꿸 실행력이 부족하다며 뒤쳐진 이커머스 사업을 겨냥한 지적도 했다. 롯데 조직의 '부족한 실행력'을 언급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해당 VCM에서 "투자가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전략에 맞는 실행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재계 5위 롯데와는 그룹 덩치 차이가 큰 유통 경쟁사 신세계그룹은 한발 먼저 2014년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론칭하고 2019년 통합 법인화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신선식품에 기반해 이커머스업계와 차별화를 선언하면서 새벽배송 등에 투자하며 기존 업계와의 경쟁에 속도를 내왔다. 이같은 움직임을 통해 '코로나19' 특수 속 지난해 9월까지 거래액은 약 3조원에 육박, 올해는 4조원 가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세계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이커머스업계 적합한 체질과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롯데는 산발적으로 운영해오던 비콘, 스마트픽 등을 넘어 지난해 4월에서야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론칭으로 미래 먹거리로서 신동빈 회장의 옴니 채널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가시화했다.

온오프 연계 O2O를 넘어 온오프 상호 강화 O4O를 구현한다는 목표지만 롯데그룹 3900만 회원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한 진화한 옴니 채널 구현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편의점 세븐일레븐 1만 5000여개 점포를 기반으로 옴니 채널을 완성한다는 구상이지만 아직 구체화한 게 없다. 2018년 롯데온 계획을 공개하고 2년간 3조원을 들여 3년 만에 공식 론칭했지만 모바일 플랫폼 접속 장애, 시스템 오류 등을 벗어나지 못했다. 

전국 점포를 물류 거점화하고 7개사 온라인 플랫폼 통합 운영으로 각종 비용을 절감해 2030년까지 롯데온 매출 20조원 달성을 공식 목표로 잡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사용자수는 112만명 가량으로 온오프 업계 견제를 받아온 쿠팡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커머스업계 쿠팡 사용자수는 2140만명 가량이다. 

현재 롯데는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 와중에 있다. 지난해 초 롯데쇼핑 사업부 롯데백화점·아웃렛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모두 약 700여개 매장 가운데 30% 가량인 200여개 점포를 정리한다고 밝힌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2년내 이같은 점포 정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만 롯데쇼핑은 슈퍼 매장을 가장 많이 정리하며 백화점·아웃렛, 마트 등을 합쳐 100여개 가량 비효율 점포를 폐점했다. 기존 백화점 매장은 31개, 아웃렛 20개, 마트 124개, 롯데슈퍼는 412개였다. 롭스는 아예 롯데마트에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수 131개 롭스는 108개까지 줄였던 차다. 구체적인 매장 운영 방식은 가시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실행은 곧 돈"이라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자각하듯 조직 문화 등 롯데 본질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지지부진한 온라인 부문이 정말 전략선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통 핵심 성장원이 되려면 관건은 '과감한 투자'라고 입을 모은다. 3900만 데이터 통합과 활용 등 밑그림이 큰 만큼 전폭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롯데는 투자했다고 하지만 업계가 보기엔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승자독식 이커머스업계 상황이 잘 말해준다. 오죽하면 이커머스업계 이베이코리아 빼고 모두 최대 1조원까지 적자를 찍으면서 피 튀기는 경쟁을 하고 있겠냐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초 1조 적자 기업 쿠팡과는 경쟁하지 않는다면서 이커머스 사업에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지만 쿠팡 등과는 '급이 다르다'고 할 만큼의 투자 계획은 드러난 게 없다. 

위기인 지금이야말로 정말 이커머스업계 1위가 목표라면 판을 엎을 정도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부실 점포를 정리하되 그룹이 나아갈 방향엔 그에 걸맞는 투자부터 선행하라는 것이다. 

이미 전자상거래시장 기존 기업들은 투자를 거듭해왔고 연간 거래액 네이버쇼핑, 쿠팡 16~20조원, 위메프, 티몬, 쓱닷컴 3~4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해 있다. 그 정도까지 '계획된 적자'를 언급하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왔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업계는 이제 코로나 특수 속 오랜 적자 터널에서 빛을 보고 있다.  

이커머스업계는 이같은 롯데 상황에 대해 "온라인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 투입 없이 선두를 달리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동시에 자금 없는 이커머스 시장 1위 선언은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다. 공염불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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