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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영화 ‘페어웰’ 리뷰…'좋은 죽음'과 '착한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

기사승인 2021.02.04  1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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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오드

- 할머니 죽음 앞둔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정체성 담아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중국에 사는 ‘할머니’(자오 슈젠)와 미국에 사는 손녀 ‘빌리’(아콰피나)는 거의 11만Km의 거리를 두고 친구처럼 다정하게 통화한다. 그런 와중에 빌리는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병원 안내방송 소리가 무척 신경 쓰인다.

빌리는 6살이 되던 해 부모님과 함께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2세대다. 중국에서 지낸 날보다 미국에서 살아온 날이 더 긴 그녀의 정체성은 미국인에 가깝다. 빌리의 아버지 ‘하이옌’(티지 마)과 어머니 ‘지안’(다이애나 린) 또한 이민 1세대지만 지인들과 자연스러운 농담을 즐길 정도로 미국 문화에 많이 동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빌리에게는 어린 시절 중국에서 살던 기억이 조금은 남아있고 서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보통화’도 구사할 수 있다. 피아노에도 소질을 보이고 매사 활기차고 총명했던 빌리.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구겐하임 지원금 신청 경쟁에서 떨어지고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등 제대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다.

 
▲페어웰. ⓒ오드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 빌리가 부모님 집에 들르자 어머니는 잔소리와 함께 뜬금없이 일본에 사는 사촌 ‘하오하오’(한첸)와 ‘아이코’(미즈하라 아오이)가 결혼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한다. 빌리는 여자친구 만난지 겨우 3개월 밖에 안된 사촌이 결혼한다는 말에 먼저 놀라고, 그녀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니의 말에 한 번 더 놀란다.

중국에 가게 된다면 오랜만에 사랑하는 할머니도 뵐 수 있는데 하나뿐인 사촌 결혼 참석을 말리는 것이 납득 안가는 빌리.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던 부모님은 결국 빌리의 추궁에 사실을 밝힌다.

어머니는 문가에 우두커니 서서 빌리에게 “할머니가 폐암 4기에 접어들어 3개월 후면 돌아가실 것”이라고 말한다. 빌리는 가족회의를 통해 할머니에게는 본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실을 알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에도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결국 사촌 결혼식은 가짜였고 할머니 몰래 모든 가족이 모여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한 핑곗거리였던 것이다. 부모님은 할머니에게 거짓말이 들킬까 봐 자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빌리의 결혼식 참가를 말린다.

▲페어웰. ⓒ오드

하지만 빌리는 중국으로 떠난 부모님의 뒤를 이어 곧바로 몰래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빌리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부모님은 물론이고 친척 모두가 당황한다. 내막을 전혀 모르는 할머니만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한다. 빌리는 가까스로 감정을 숨긴 채 무표정하게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리고 얼마 후면 영원히 자신의 곁을 떠나게 될 할머니를 안아본다.

25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무거운 마음을 감추고, 할머니이자 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니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가슴에 담으려 한다. 가짜 예비부부 연기를 하는 하오하오와 그의 여자친구 아이코는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할머니는 진심을 다해 손자 결혼식 준비에 열심이다. 

삼촌 ‘하이빈’(장용보)은 빌리에게 몇 번이고 거듭해서 할머니의 병에 대한 비밀을 지켜 달라고 당부한다. 빌리는 삼촌 말에 알겠다고는 답하지만, 과연 이게 올바른 일인지 계속 고민한다.

▲페어웰. ⓒ오드

◆ ‘좋은 죽음’과 ‘착한 거짓말’

영화 ’페어웰’은 할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으로 이민 갔었던 중국계 이민자 가족들이 수십 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사건을 배경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을 떠났던 두 가족의 귀향을 통해 중국계 이민사회의 일면과 세대 차이, 중국인의 가치관 그리고 중국적인 전통 관습 등을 세밀하게 담아낸다.

서구적 가치관에 따르는 번역가 하이옌과 딸 빌리는 할머니에게 불치병에 걸린 사실을 알려드리는 것이 합법적이며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좋은 죽음(Good Death)’을 위한 주변 정리, 의미 있는 마지막 시간 보내기 등을 위해 환자의 알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자기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달리 일본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았지만, 중국인의 정체성을 고집하는 화가 하이빈은 “동양에서는 한 사람의 목숨은 전체 중 일부”라며 “가족 모두가 할머니의 부담을 대신 짊어지는 것이 옳은 일이기에 사실을 끝까지 숨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가오는 죽음을 본인에게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은 착한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눈앞에 둔 가족을 대하는 두 문화권의 시선 차이는 명확하다.

▲페어웰. ⓒ오드

◆ 중국계 이민자들의 정체성

“중국에선 백만 달러쯤 쉽게 금방 버니까 중국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온 빌리 가족이 듣고 있는 장면에서는 아이러니함이 느껴진다. 또한 동시에 중국의 변화된 현재 모습을 직시하게 한다.

인민해방군 출신인 할머니가 어떤 경우에도 중국을 욕하지 말 것과 함께 중국인임을 잊지 말라 하자 하이옌은 자기는 '미국인'이라고 답한다. 하이빈은 어머니의 말에 따라 어디에 살든 자신은 '중국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어를 비교적 유창하게 말하는 빌리와 그렇지 않은 하오하오로 대변되는 이민 2세대는 부모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페어웰’의 연출을 맡은 룰루 왕 감독은 자신의 할머니에 대한 시한부 소식을 접하면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룰루 왕 감독은 차기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미국판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한편, 빌리 역의 아콰피나는 한국계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두 민족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영화에 가장 적합한 캐스팅이라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민자들이 겪는 국가·민족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중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낫냐”는 호텔 종업원의 질문에 “그냥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빌리의 대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답하고 있다.

▲페어웰. ⓒ오드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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