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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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와 ‘생활고’ 위기에 놓인 싱글 맘과 베이비시터 이야기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아영’(김향기)은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은 세탁기의 작동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오늘도 가까스로 돌아가는 세탁기에 그녀는 한숨을 돌린다.

하지만 돈이 아쉬운 아영에게 새롭게 닥친 수급자 박탈 문제는 세탁기처럼 몇 번 만져보고 두드려 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보호 종료 아동인 아영이 홀로 선 세상에 안전장치 따위는 없었다. 세상은 어른이 되라고 등을 떠밀지만 아직 아영은 어른일 수 없었다.

아동학과 졸업반인 그녀는 생계를 위해 필사적이다.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아영은 다른 학생들과 달리 억지웃음과 율동 속에 수업을 마친다.

(이 리뷰에는 일부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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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경수’(김현목)의 소개로 베이비시터 일을 시작한다. 싱글 맘 ‘영채’(류현경)의 어수선한 집에서 ‘혁’이를 처음 마주한 그녀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퉁명스럽고 예의 없는 영채가 탐탁하지 않지만, 돈이 궁한 아영은 혁이를 돌보기 시작한다.

영채는 그녀 나름대로 아들의 베이비시터가 된 아영의 됨됨이를 꼼꼼히 확인해본다. 육아일기까지 작성하는 아영은 친엄마 영채 이상으로 혁이를 돌본다.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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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부족한 엄마 ‘영채’와 친엄마 이상의 베이비시터 ‘아영’

아영은 토하는 혁이가 걱정스러워 영채에게 전화한다. 하지만 영채는 별일 아니라는 듯 반응한다. 그녀는 귀찮은 투로 아영의 전화를 끊고는 가게 대기실 화장대에 앉아 립스틱 바르는 것에 열중한다.

가게 사장 ‘미자’(염혜란)는 영업시간에도 대기실에 처박혀 있는 영채를 한심한 듯 쳐다본다. 그리고 억지로 가게 밖으로 끌고 나간다. 돈을 벌어야 애를 먹여 살린다며 옷가게에서 영채에게 새 홀복을 사 입히는 미자. 입이 걸걸하고 험악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녀는 영채에게 친언니 같은 존재다.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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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잔뜩 취해 밤늦게 집에 돌아온 영채에게 육아일기를 건네는 아영. 이번에도 영채는 쓸데없는 짓 하지말라는 듯 아영에게 핀잔을 주고 비틀거리며 침대에 눕는다.

아영은 혁이에게 새로운 것을 들려주고 보여주며 정서적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채는 그런 모습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만 한다.

언제나처럼 혁이를 돌보던 아영은 영채의 집 앞을 서성이는 ‘현숙’(박옥출)을 만난다. 아영의 연락을 받고 입양 브로커인 현숙을 집에서 내쫓은 영채. 그녀는 주저앉아 가슴에서 스며 나오는 모유를 휴지로 닦으며 아영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아영은 영채의 입에서 보육원이라는 말이 나오자 뚫어지게 그녀를 쳐다본다.

그러던 어느 날 영채를 기다리던 아영은 한밤중에 혁이가 우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깨고 그로부터 아영과 영채의 갈등이 시작된다.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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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댈 곳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

영화 ‘아이’는 보육원에서 성장해 혼자 세상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 놓인 아영과 육아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동시에 지고 살아가는, 싱글 맘 영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지만,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는 아영은 팍팍한 삶 속에서 잘 웃지 않는다. 상황보다는 서류로 결정되는 수급비 문제 때문에 현금이 필요해 영채의 아이를 맡았지만, 그녀는 혁이에 대한 애정을 친모인 영채 이상으로 드러낸다. 그것은 보육원에 버려졌던 자신의 모습을 혁이에게 투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채는 미혼모센터에서 지내면서 끝까지 혁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엄마다. 하지만 그녀는 생계와 육아 스트레스 사이에서 힘겨워하며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산다. 양육환경 문제로 국가에 따라서는 양육권을 박탈할 수도 있는 문제다.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지만 영채 역시 아영과 마찬가지로 세상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싶어 한다. 술 취해 강의실에서 잠들 만큼 학업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고,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등 누구보다 행복해지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여자다. 혁이에게 어떤 엄마들보다 잘해주고 싶지만 냉정한 현실은 그녀에게 질 낮은 가능성만 제시한다.

생활고와 육아 스트레스 속에서 영채를 갈등한다. 싱글 맘에 등 돌린 사회는 결국 노란 매니큐어를 들고 오열하는 그녀를 나쁜 엄마로 만든다.

2021년 현재도 그대로 진행 중인 싱글 맘에 대한 우리나라 사회제도와 인식의 맹점은 그대로 영채에게 가혹하게 작동한다. 그 결과로 혁이 또한 미래에 아영과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를 위태로움을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에서 아영과 영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류현경, 김향기, 엄혜란, 김현탁 감독(사진 왼쪽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류현경, 김향기, 엄혜란, 김현탁 감독(사진 왼쪽부터). ⓒ롯데엔터테인먼트

◆ 절대 악이 없는 시나리오

한편 영화 속 인간 군상들은 대부분 선하게 묘사된다. 다른 작품에서라면 단순한 악인에 머물렀을지 모를 미자와 현숙 같은 정형화된 인물조차 마음 깊은 곳에는 따뜻함을 간직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엄혜란 배우는 미자 캐릭터에 대해 “나쁜 사람 중에 착한 사람 같은 느낌이다. 영화 속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책을 읽었는데 인상적이었던 말은 ‘그래도 우리 알아주는 사람들은 태워다 주는 오빠고, 나를 불러주는 언니고, 위로해주는 사람은 사장님’이라는 것이었고 그 안에도 희로애락이 있을 텐데 우리는 한 면으로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운 사장님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동질감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현탁 감독은 등장인물 중 절대 악이 없는 부분에 대해 “시나리오 작업에서 가장 힘든 지점이었다. 미자의 대사에서처럼 어차피 삶 자체가 고(苦)인데 절대 악을 등장시키면 이들이 힘든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것 같았다”며 “최대한 극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들의 걸림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표현하고 싶어서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현탁 감독은 “’아이’의 인물들이 각자 힘겹게 버티는 방식은 다르지만, 상처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혼자 발버둥 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손길을 내밀고, 불완전하지만 함께 세상으로 걸어가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아이’는 오는 10일 개봉 예정이다.

▲아이.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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