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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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사각지대' 비열한 현실 꼬집는 시나리오의 범죄 스릴러

- 로자먼드 파이크·피터 딘클리지...완벽한 연기 압권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시작부터 주인공 ‘말라 그레이슨’(로자먼드 파이크)은 제4의 벽을 넘어 “좋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단언하고 착한 척하지 말라며 관객을 조롱한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며 정정당당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충고한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말라는 겉으로 보기엔 은퇴한 노인들을 책임지고 돌보는 성실한 프로 후견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 민낯은 180도 다르다. 의사와 짜고 연고자 없는 노인들을 물색해 요양원에 감금하듯 밀어 넣고 그들이 가진 모든 동산과 부동산을 남김없이 처분해 챙기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전문 사기꾼이 말라의 실체다.

그런 밀라는 자신이 동물의 왕국 같은 이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최고의 강자이자 포식자인 사자라고 당당하게 소개한다.

▲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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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밝히는 의사 ‘캐런 에이머스’(알리시아 위트)가 양처럼 온순한 호구 노인을 먹잇감으로 물어오면, 전직 경찰이자 영혼의 파트너 ‘프랜’(에이사 곤살레스)이 그 뒤를 캐 깔끔하게 요리한 후 푸짐한 성찬을 차린다.

말라가 그동안 얼마나 성심성의껏 천사처럼 일해왔는지 법정 공방이 있을 때마다 판사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며 그녀의 손을 들어준다. 그렇게 노인들이 평생 일군 재산은 한 푼도 남김없이 언제나 암사자 밀라의 차지가 된다.

가끔은 멋모르는 어린 양이 사자를 몰라보고 달려들긴 하지만 남자구실 못하게 해준다고 윽박지르면 그것으로 끝이다.

밀라에게 두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요양원이라는 우리 안에 감금해 둔 늙은 양들이 예상보다 일찍 죽어버려 쓸모없어지는 것뿐이다.

▲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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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호구를 만난 사자 ‘말라’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1991)의 주인공들이 총을 들이밀고 돈을 털고,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의 조던 벨포트가 페니 스톡으로 폰지 사기를 벌인다면 말라와 프랜 커플은 매우 영리하게도 당당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인 강도 짓을 벌인다.

마침내 두 사람은 정말 제대로 된 호구를 문다. 캐런에게서 넘겨받은 먹잇감 ‘제니퍼 피터슨’(다이앤 위스트)은 가족이 없는 독신의 현금 부자다. 프랜은 제니퍼가 돈도 많고 자립적인 똑똑한 사람이라 동경하는 롤모델이라고 평가하지만 말라에게는 그저 황금알을 낳은 호구일 뿐.

말라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겨 작업 시작의 총성을 울린다. 호구 제니퍼에 대한 양몰이는 캐런, 프랜 그리고 말라에 의해 철저히 분업화돼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억지로 요양원에 끌려가게 된 제니퍼는 저항해보지만 노련한 사냥꾼 우두머리 말라가 먹이를 놓칠 리 없었다.

여왕처럼 환대를 받으며 요양원에 들어서는 제니퍼의 표정은 도살장에 끌려들어 가는 짐승 같지만,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말라와 프랜은 이 완벽해 보이는 사냥에 매우 흡족해한다.

▲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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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사자 ‘로만’의 등장

그러나 완벽한 호구인 줄 알았던 제니퍼의 정체는 말라가 그녀의 개인금고를 열어보는 순간부터 조금씩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말라 앞에 갑자기 나타난 ‘딘 에릭슨’(크리스 메시나)은 자신이 변호사라고 신분을 밝히며 제니퍼를 요양원에서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 말라가 당연한 듯 그 제안을 거절하자 딘은 매우 우회적인 표현으로 그녀를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돈으로 제니퍼의 자유를 사려는 딘의 모습을 보고 본능적인 직감이 발동한 말라는 역으로 500만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한다. 거래는 결렬되고 딘은 말라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날린다.

그리고 딘의 뒤에 있던 사자 ‘로만 룬요프’(피터 딘클리지)가 이빨을 드러낸다.

▲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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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감 넘치는 서늘한 범죄 스릴러 그리고 코미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2014)에서 로자먼드 파이크가 열연을 펼쳤던 소시오패스 캐릭터 ‘에이미’을 잊을 수 없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 ’퍼펙트 케어(원제: I Care a Lot, 수입/배급: 조이앤시네마/제이앤씨미디어그룹)’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에게 기생하며 모든 것을 빼앗는 악랄한 천재 사기꾼 말라의 캐릭터를 맡은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는 극의 긴장감을 주도한다.

마피아 보스 로만 앞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모든 주변 상황을 휘어잡고 통제하려는 말라는 기존 영화가 보여주던 여성 캐릭터 스테레오 타입을 완전히 파괴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클리셰 비틀기 연출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중심축인 로만 룬요프 역의 피터 딘클리지 역시 단순히 전형적인 범죄조직의 보스 캐릭터로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극 안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스펙트럼은 그가 오직 연기력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배우임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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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사각지대에서 합법적으로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말라와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범죄를 지시하는 암흑세계의 지배자 로만. 이 두 사자의 대결에는 범죄 스릴러 영화가 주는 서늘한 긴장감에 더해 코미디 요소까지 입혀져 독특한 재미를 준다.

아울러 현대사회 복지제도의 뻥 뚫린 맹점과 현실을 꼬집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는 영화 ‘퍼펙트 케어’는 J 블레이크슨 감독의 완벽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마지막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작품성을 보여준다.  

음악을 맡은 마크 캔햄의 얼터너티브 계열 오리지널 스코어는 인물 간의 팽팽한 심리적 대결과 극의 긴장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한편, 로자먼드 파이크는 제78회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5세 이상 관람가.

▲퍼펙트 케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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