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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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판매 잔액 18조4,294억원

- 1년 간 ‘25.21%’ 급감

- 4대 은행, ‘판매 수수료’ 3,740억원 13.6%↓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은행권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25% 가량 급감했고 일부 은행의 경우 펀드 판매로 거둬들인 수수료 이익이 40%나 쪼그라들었다.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은행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괜한 불똥이 튈까 우려한 은행들이 ‘사모펀드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지난해 1년간 25.21%나 급감했다. 지난해 1월 24조6,415억원이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6월 21조8,667억원, 12월 18조4,294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사모펀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CEO의 징계가 예정된 대형 은행 중심으로 사모펀드 판매 잔액이 급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기준 사모펀드 설정 규모가 1조6,975억원으로 1년 새 62.98% 급감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46.89%, 하나은행은 44.42% 설정 규모가 줄었다.

이런 감소추세는 은행 비이자이익에도 타격을 줬다. 사모펀드 판매를 통한 이익은 비이자이익의 핵심인 수수료이익으로 잡히는데 판매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각 은행 실적발표 공시에 따르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지난해 거둬들인 수수료 이익은 3,740억원으로 전년 동기(4,323억원)에 13.6%나 줄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펀드판매 수수료 이익은 540억으로 전년 동기(900억원)보다 40%나 줄었다. 이어 하나은행(수탁 제외)이 21%나 급감했고, 신한은행의 경우 19%나 줄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런 펀드판매 감소 흐름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업무계획으로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소비자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업무에 대해 담당 임원의 책임범위를 명문화할 것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추진에 은행들이 나서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대출로 투자) 등으로 고객 수요가 예금에서 투자로 옮겨간 만큼 비이자 부문을 아우르는 WM(자산관리)사업을 새롭게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4월 마이(MY)자산 고도화로 WM과 디지털 결합에 승부수를 던진다.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 은행 계좌와 카드·증권·보험·연금 등 총 87개 기관의 자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한 후 원하는 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 사태로 WM 수익규모가 크게 줄자 개인고객 위주의 WM 영업에서 벗어나 법인고객의 자산관리와 자금조달까지 지원하는 ‘PCIB’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PCIB는 프라이빗뱅커(PB) 업무와 기업금융(CB)·투자금융(IB)을 한번에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거점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영업점 간 협업체계 ‘밸류 그룹(VG)’ 제도를 본격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은행은 은행과 증권을 따로 방문할 필요 없이 한곳에서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한 WM 복합점포를 늘려나갈 뿐 아니라 WM기획부 차원에서 WM 상품·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나은행은 하반기에 디지털 펀드투자 자산관리서비스를 고도화해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실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들은 사실상 사모펀드를 판매 하지 말라는 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은행입장에서) 막대한 소비자 보상금을 물어주는 것은 물론, 중징계를 받을 위험도 커졌는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판매에 나설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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