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 서예지·김강우 주연 미스터리 스릴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1일 개봉한 서유민 감독의 '내일의 기억'은 주인공이 기억의 퍼즐을 맞춰 나갈수록 점점 위험한 미궁 속에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고를 당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수진’(서예지).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남편 ‘이지훈’(김강우)은 아내가 정신을 차리자 눈물을 흘린다. 그녀의 의식은 겨우 되돌아왔지만 안타깝게도 기억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지훈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아내를 온 정성을 다해 돌본다. 수진은 세세하게 모든 것을 신경 써주는 남편이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지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그녀의 마음 한편에서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지훈은 추락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수진에게 캐나다 버밀리언 호수 이야기를 다정하게 들려준다. 그는 아내 수진과의 캐나다 이민을 이상하리만치 급하게 서두르고 있었다.

한편 수진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어떤 여자아이를 마주치면서 미스터리한 환각을 경험한다. 그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미래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환각 속 모습 그대로 수진의 눈앞에서 사고가 일어난다.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지훈은 아이를 구하려다 다친 수진을 보고 화를 낸다. 그는 캐나다 갈 때까지 다시 병원에 재입원 시키겠다며 호통을 치다가 수진이 두통을 호소하자 약을 먹인다. 수진이 한 움큼 약을 받아들고 잠시 머뭇거리자 복용을 재촉한다.

수진은 계속 다른 사람에게 일어날 미래의 사고를 보게 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지만 뇌 손상에서 오는 일종의 착각일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미친 사람 취급받는다는 모멸감에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너 정상 아니야!”

지훈은 수진에게 소리친다. 그의 다정다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 수진 옆에 항상 있겠다는 지훈

‘배 형사’(배유림)는 수진의 몸에 가정폭력 피해자로 의심되는 흔적이 있다는 병원 신고를 받고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형식적인 조사를 끝낸 그는 수진의 집에 걸려있는 결혼사진에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한편, 수진은 우연히 전에 일하던 미술학원의 ‘원장’(염혜란)을 만난다. 수진이 미술학원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 원장은 남편 지훈에게 의처증이 있지 않냐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수진은 지훈이 운영하던 건축사무소가 부도났다는 사실도 확인한다. 캐나다로 가기 전 모든 복잡한 일을 다 해결하겠다는 지훈.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하지만 지훈은 수진의 기억이 되돌아오는 것이 달갑지 않는 눈치다. 수진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 남편의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믿었던 남편의 석연치 않은 모습에 불안해하며 끝없이 사람들의 환영에 시달리던 수진은 현실감각을 잃고 혼란에 빠진다.

뭔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지훈의 실체에 대한 의혹은 점점 커진다. 그런 와중에 도난 사건 용의자를 추적하던 배 형사는 지훈의 수상한 행적을 발견한다. 지훈이 철거를 앞둔 뼈대만 앙상한 폐건물 근처를 드나든 모습이 CCTV에 찍힌 것이다.

수진은 미술학원 원장으로부터 받은 택배 상자 안에서 남편과 관련된 비밀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모든 정황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수진은 환영 속에서 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남편 지훈을 지목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그녀가 살인사건을 목격했다고 한 706호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

위치추적까지 하며 수진을 옭아매던 지훈은 캐나다 이민 일정을 더 앞당기며 서둘러 한국을 떠나려 한다. 수진은 옆에 항상 있겠다는 남편 지훈이 이제 두럽기만 하다. 수진은 지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사건의 모든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 히치콕 영화를 보는 듯한 스릴러 작품

서유민 감독은 ‘언덕 밑 세상’(2004)으로 미장센 단편영화제와 서울기독교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서 관객상을 받은 이래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2015), ‘극적인 하룻밤’(2015), ‘덕혜옹주’(2016)에서 각색과 각본을 맡으며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아왔다.

기자간담회에서 서유민 감독은 이 작품과 관련해 “아파트 층마다 삶이 있기에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했다”며 “누구에게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공포,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가 들어있다”고 밝혔다.

장편 데뷔작으로 스릴러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작가로서는 멜로영화를 많이 했다. 스릴러 장르의 매력과 공포심이 너무 좋다”며 “히치콕 감독 영화의 스릴러 적인 긴장감, 공포를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다.

배우 김강우는 연기에 대해 “양면성 있는 연기를 따로 하지는 않고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연기했다”며 “시나리오 보면서 탑을 쌓듯 연기했다”고 밝혔다. 극 대부분을 이끌어나간 주연 배우 서예지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듯한 영화 ‘내일의 기억’은 뜻밖의 반전과 함께 마음 한쪽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까지 담아낸 멜로와 스릴러가 결합된 작품이다.

기억상실증과 가정폭력이라는 흔해 보이는 소재를 사용하지만, 그 쓰임새는 상당히 세련됐다. 거기다 영화를 보며 추리에 동참하는 관객에게 혹시 초능력 물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포함해 플롯의 분기점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조각난 유리 파편처럼 이리저리 흩어진 기억의 조각과 단서들이 하나의 퍼즐을 완성되는 과정은 매우 치밀하고 흥미롭다. 스릴러 장르 영화로만 놓고 본다면 완성도 높은 각본을 바탕으로 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만 저예산 영화가 가지는 비쥬얼적 한계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에는 인물 간 애절한 사랑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비극에서 용출되는 카타르시스의 정서가 존재한다. 버밀리언 호수에서 수진의 오른편에 서 있어야 했을 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의 여운을 남긴다.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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