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 한 컷 한 컷 동화 일러스트 같은 섬세한 CG 구현 최대 장점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6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수입/배급: 미디어캐슬/리틀빅픽처스)은 2017년 출간 후 69만부가 판매를 기록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동명의 동화책을 원작으로 한다. 이 동화책은 원작자인 니시노 아키히로가 요시모토 흥업 소속 개그 콤비 ‘킹콩’의 멤버라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동화책 ‘굴뚝마을의 푸펠’의 제작방식은 독특했다. 니시노 아키히로는 동화책 제작비를 6,000만엔으로 잡고 그 비용을 클라우딩 펀딩을 통해 조달했다. 여기에 34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인물, 배경 등 각각의 파트를 나눠맡아 4년 동안 작업해 완성했다. 그는 이 책에 수록된 글과 일러스트를 온라인에 무료 공개했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원작 자체가 동화책으로는 이례적인 인력과 물량을 쏟아부어 제작됐던 만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굴뚝마을의 푸펠’ 역시 CG와 작화 부문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황금기인 80년대 후반 작품들을 21세기 기술력으로 리뉴얼해 소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로봇 카니발’(1987), ‘미궁 이야기’(1989)에서 오토모 카츠히로, 모리모토 코지, 나카무라 타카시 등 당대 천재 애니메이션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탄생시켰던 ‘프랑켄의 톱니바퀴’, ‘공사중지명령’같은 단편들을 장편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조해낸 느낌이다. 

‘굴뚝마을의 푸펠’은 아사히TV가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 7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바꾼 굉장한 애니메이션 14’에서 CG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굴뚝마을은 절벽 아래에서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 자욱한 연기로 뒤덮여 하늘을 올려다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굴뚝 청소부로 일하는 소년 루비치는 그곳에서 병약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루비치는 또래들에게 따돌림당하고 어른들에게 혼이 나더라도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빠 부르노가 들려준 구름 너머 저편의 별 이야기를 꿋꿋하게 믿는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마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루비치는 핼러윈 파티 대신 굴뚝청소 일을 하러 가던 날 우연히 쓰레기 인간 푸펠을 구해주게 된다. 어디에서 왔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푸펠은 비록 더럽고 지저분한 쓰레기로 만들어졌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심장과 착한 마음을 가진 존재였다. 외톨이였던 루비치는 푸펠에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된다.

그러나 푸펠과 루비치가 친구가 된 기쁨도 잠시일 뿐, 둘은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금지하고 규칙에 어긋나는 자를 모두 제거하려는 이단심문관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이에 레터 가문을 앞세워 주민들을 통제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이단심문관 조직과 굴뚝마을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푸펠과 루비치의 모험이 펼쳐진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 높은 시청각적 완성도 갖춘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은 히로타 유스케 감독은 ‘베르세르크: 황금시대’ 시리즈를 비롯해 ‘포켓몬 레인저와 바다의 왕자 마나피’(2006), '해수의 아이'(2019) 등의 제작에 참여했던 베테랑 CG 애니메이터다. 그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은 장면 한 컷 한 컷이 일러스트 작품처럼 보일 정도로 섬세한 색채설계와 고품질의 인물 및 배경 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한다. CG로 제작됐지만 셀 애니메이션의 감성도 제법 잘 살렸다.

여기에 ‘라르크 앙 씨엘’의 멤버 HYDE와 싱어송라이터 로자리나가 참여한 OST는 귀를 즐겁게 한다. 더빙판에서는 보컬리스트 이무진이 엔딩곡을 맡았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드라마 ‘마더’(2010)에서 학대당하는 아동 역으로 크게 주목받은 이후 ‘퍼시픽 림’(2013)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던 아시다 마나가 별을 믿는 소년 루비치 역을 맡아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더빙판에서는 ‘신비아파트’ 시리즈, ‘명탐정 코난’ 시리즈,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등에 참여한 유영이 루비치를 연기한다.

푸펠 역은 드라마판 ‘데스노트’(2015), ‘도쿄 구울’(2017), ‘퍼스트 러브’(2019)의 주연 배우 쿠보타 마사타카가 캐스팅됐다. 더빙판에서는 ‘극장판 바다 탐험대 옥토넛’ 시리즈 등의 베테랑 성우 염상현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제50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은 전반적으로 아주 뛰어난 영상미와 예쁘고 아름다운 색채설계를 갖춘 작품이다. 독재적 전체주의 사회를 꿈과 희망 그리고 믿음을 잃지 않는 이들이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교훈적인 메시지도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 다만 이를 잘 녹여 이야기로 엮어내야 할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는 모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존재하는 도입부와 비교해 후반부 이야기 전개에는 기합이 덜 들어간 느낌이다. 감동을 유도하기 위해 배치된 조금은 길게 느껴지는 후반 내레이션도 관객에 따라서는 단점으로 느낄 부분이다. 그러함에도 매혹적인 CG 작화로 보여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코미디·뮤지컬 요소까지 잘 가미된 부분은 단점들을 상쇄할 만하다.

원작자 니시노 아키히로는 이 작품과 관련해 “꿈을 가지면 비웃음을 당하고, 행동하면 비난을 받는 굴뚝마을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이 영화를 통해 꿈을 향해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30일에는 CGV 왕십리에서 니시노 아키히로와 히로타 유스케 감독의 스페셜 화상 GV가 열릴 예정이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굴뚝마을의 푸펠.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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