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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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즈 미켈슨' 주연 덴마크 영화...아내 복수 다짐한 군인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일 개봉한 앤더스 토머스 옌센 감독의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영제: Riders of Justice, 수입/배급: 왓챠)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어느 겨울, 에스토니아 탈린 거리의 작은 자전거 가게 앞에 할아버지와 함께 발걸음을 멈춘 한 소녀의 작은 소원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와 덴마크 사이의 거리 이상으로 가족과 동떨어져 있던 파병군인 마르쿠스(매즈 미켈슨)는 아내가 갑자기 열차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다. 병원 지하 영안실에 누워있는 아내의 차가운 손을 만져보던 그는 무거운 표정의 얼굴 아래로 슬픈 감정을 숨긴다.

항상 집에 없었던 아빠 마르쿠스와 소원한 관계인 10대 소녀 마틸드(안드레아 하이크 가데베르크)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오열한다. 마틸드는 자신의 통학 자전거 도난 때문에 열차를 함께 타게 되면서 엄마가 죽은 것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엄마의 죽음이 어쩌면 우연이 아닌 신의 뜻이 아닐까 생각하는 마틸드. 딸의 의구심에 무신론자 마르쿠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대신 엄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냉정하게 말한다. 각자 아내와 엄마를 잃은 두 사람의 갈등과 상처는 깊어지고 있었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 아내의 죽음, 우연인가 아니면 계획된 범죄인가?

아내가 죽고 난 후 삶의 방향을 잃은 듯 표류하던 마르쿠스에게 한밤중 불쑥 찾아온 통계전문가 오토(니콜라이 리 코스)는 마치 등대와 같았다.

열차 사고의 생존자인 오토는 마르쿠스에게 아내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토는 바이커 갱단인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가 열차에 타고 있던 유력한 법정 증인을 없애기 위해 꾸민 계획된 범죄 사건이라고 말한다. 오토와 함께 온 해커 렌나르트(라스 브리그만) 역시 이를 뒷받침할 여러 가지 서류를 들이민다.

여기에 더해 같은 열차에 타고 있다가 사고 직전 내린 수상한 사내가 얼굴인식 전문가 에멘탈러(니콜라스 브로)의 분석을 통해 갱단 두목 쿠르트의 동생 팰레인 것으로 추측된다는 결과까지 나온다. 더구나 팰레는 열차 부속품 전기기술자였다.

결국 마르쿠스는 갱단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의 계획범죄에 아내가 휘말려 들어 살해당했다고 확신한다.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아내의 죽음에 답답하기만 했던 그에게 복수의 대상이 생긴 것이다.

마르쿠스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오토, 렌나르트 그리고 에멘탈러와 함께 팰레의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네 사람은 돌발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이들의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 덴마크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

주한 덴마크대사관 홈페이지는 덴마크에 대해 “높은 과세와 복지 체재로 유지되는 선진국 덴마크인들은 일보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우선시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녹색 국가 덴마크는 코펜하겐 시민의 62%가 매일 자전거로 이동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전거로 시작해 자전거로 끝을 맺는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이런 덴마크라는 국가가 가진 문화와 사회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있다. 이는 등장인물에도 적용되어 마르쿠스를 비롯해 마틸드, 오토, 렌나르트, 에멘탈러, 보다시카 등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상황과 대사가 주는 재미가 탁월하다.

마르쿠스는 아내와 딸을 마음 깊이 사랑하지만, 군인으로 살면서 가정에 소홀했던 사람이다. 이제 더는 죽은 아내를 만날 수 없고 딸의 마음을 이해할 방법은 아예 짐작조차 하지못한다. 딸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법을 모르기에 그저 부하 대하듯 일방적인 명령을 내릴 뿐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마틸드는 항상 부재해왔던 아빠보다는 언제나 옆에 있던 엄마와 더욱 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엄마의 죽음은 크나큰 충격이다. 문제는 이제 곁에 없는 엄마 대신 자신을 돌봐 줄 아빠가 두렵다는 점이다. 아빠의 폭력성이 자신과 자기 후세에 이어질까 무섭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불량스럽지 않은 남자친구 시리우스가 곁에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 뿐이다.

마르쿠스와 마틸드의 서먹한 부녀관계는 덴마크 사회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일보다 가족과 친구를 우선시'하는 보편적인 가정과는 동떨어져 있던 모습에서 출발한다.

보편성에 있어서는 사회에서 소외된 3인방 오토, 렌나르트, 에멘탈러에 이르러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이들은 높은 지능, 과도한 집착, 사회성 부족 등이 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너드(Nerd) 캐릭터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오토는 숫자를 신봉하는 통계전문가로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별 쓸모가 없다. 그의 그런 성향에 우연하고도 선한 배려가 가져온 뜻밖의 죄책감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되돌리고 싶은 개인적인 염원이 더해진다. 거기서 탄생한 가능성에 대한 추론은 이 영화의 시작점이 된다. 

렌나르트는 뛰어난 해커로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어린 시절 아빠와 삼촌들에게 심한 학대를 당해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다. 에멘탈러는 기계 장비를 조립하고 다루는 능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강박적인 성격과 분노가 내재해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돈에 팔려 성노예로 덴마크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보다시카도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겪은 삶을 담담하게 넋두리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비참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전반적으로 극을 이끄는 이들 모두는 선진국 덴마크 사회의 비주류이자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이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 액션, 코미디, 그리고 가족드라마의 균형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액션 연출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몇 번 등장하지 않는 액션 장면이지만 극의 분위기를 일신할 만큼 몰입감이 높고 통쾌하다. 직업군인인 마르쿠스 캐릭터는 마치 살인청부업자 존 윅 수준의 냉철하고 인정사정없는 총격 액션을 펼쳐보인다. 이는 매즈 미켈슨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연기의 매력이다.

코미디와 드라마적 요소에서도 큰 재미를 준다. 열차 사고의 새로운 진실을 두고 마르쿠스와 이야기하던 오토는 문제 있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게 되어있다고 말한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면 살기 편하다는 것이다.

외모와 각자의 사연은 달라도 상처 입은 마음만큼은 동일했던 그들은 마르쿠스의 집에 다 함께 모여 서로를 보듬기 시작한다. 이 과정 안에는 블랙코미디, 종교 그리고 철학이 함께 하며, 정의와 복수의 의미, 우연과 필연에 대한 고찰이 이어진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그들은 서로의 공통점에 공명한다. 우선 오토는 자신에게는 없는 기회가 마르쿠스에게는 아직 많이 남아있음을 일깨워주며 눈물을 흘린다. 그 뜻을 받아들인 마르쿠스는 마음속으로 차마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내의 죽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변화한다. 크리스마스 스웨터를 입게 된 마르쿠스는 이제 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아빠가 된 것이다.

오토는 마틸드라는 딸을 얻었고 마틸드 역시 또 한 명의 아빠를 갖게 된다. 그리고 보다시카는 마틸드의 떨어진 옷 단추조차 놓치지 않는 새엄마가 되어준다. 이제 마틸드가 앞으로 폭력적인 아이를 키울 걱정은 없을 듯하다.

란데르스(Randers) 출신임을 숨겨왔던 렌나르트는 보다시카와 함께 하며 느끼는 동병상련을 통해 정신적으로 큰 힘을 얻는다. 렌나르트 덕분에 목숨을 건진 보다시카 또한 과거를 뒤로하고 인간 존엄성과 행복 그리고 새 가족을 얻는다. 

이 연쇄반응의 끝자락에서 에멘탈러는 가족애라는 든든한 유니폼을 입고 17살 때 그만뒀던 호른을 멋지게 다시 연주한다. 뉴 노멀 시대 새로운 형태의 가족 탄생을 보여주는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영화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는 액션, 블랙코미디, 그리고 가족드라마의 감동까지 모든 면의 균형이 잘 갖추고 있다. 또한 현재의 덴마크 영화 수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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