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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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 깁슨’·‘숀 펜’·'나탈리 도머' 등 유명 배우 연기력이 관전 포인트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원제: The Professor and the Madman,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무학의 언어학자와 미치광이 의사가 세계적인 권위의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에 참여하게 된 독특한 인연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총을 든 괴한에게 쫓기던 한 남자가 아내와 여섯 명의 자식들 앞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범인은 미 육군 장교 출신 의사인 윌리엄 마이너(숀 펜)로 누군가 밤마다 나타나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있었다. 하지만 그는 법정에서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런던 법원은 정신 질환을 이유로 마이너에게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브로드무어 감호소에 구금할 것을 명령한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제임스 머리(멜 깁슨)는 수십가지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언어학자다. 옥스퍼드 대학 측은 제임스 머리의 능력을 높이 사 그에게 20년간 전혀 진전이 없는 영어사전 편찬 책임을 맡기려 한다. 그러나 대학 출판국의 높으신 분들은 막상 제임스 머리가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그 어떤 학위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 제임스 머리는 학위 대신 독학으로 습득한 자신의 방대하고 풍부한 언어 지식을 즉석에서 증명해내며 곧바로 반대 여론을 잠재운다. 거기에는 출판국 위원 프레디(스티브 쿠건)의 든든한 지지가 큰 몫을 차지했다.

옥스퍼드 출판국은 대영제국을 대표할 영어 사전에 모든 단어, 어원 그리고 인용문까지 수록되는 것을 원하고 있었다. 이는 불가능에 가까운 너무나도 방대한 규모의 작업이었다. 이에 제임스 머리는 영어를 읽고 쓸 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서신으로 자료를 받아 민중 사전을 펴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실행한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하지만 출판국 위원들은 제임스 머리의 열의에 힘을 보태기보다는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의 중도 포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그러함에도 아내 에이다 머리(제니퍼 엘)의 응원 속에 사전 편집에 전념하던 제임스 머리에게 차츰 영국과 미국 그리고 식민지 각지에서 수많은 자료가 도착한다.

그러나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할 즈음 몇몇 단어에서는 어원과 예문을 찾아낼 수 없어 편집 작업에 난항이 이어진다.

이때 감호소 안에 있던 윌리엄 마이너가 사전 편집 공모에 참여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윌리엄 마이너가 보내준 자료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던 영어 어원의 잃어버린 연결고리였다.

결국 윌리엄 마이너의 결정적인 도움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사전 편찬 작업은 드디어 A 항목을 끝마치게 된다. 하지만  미치광이 살인자로 알려진 윌리엄 마이너가 사전 편집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퍼지게 되자 제임스 머리의 사전 편찬 작업은 큰 위기에 직면한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 관객을 압도하는 숀 펜의 내면 연기

영화는 세 명의 주연배우 중심으로 플롯이 전개되며 이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된다. 먼저 제임스 머리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다양한 언어를 배운 천재다. 주류 학자들 사이에 속하지 못한 그는 오직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사전 편찬 책임자 자리를 얻어낸 최고의 실력자이기도 하다.

자상함과 인자함을 갖춘 그는 돈과 명성을 우선시하지 않는 성품을 지녔다. 그의 마음속은 오직 영어 사전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그에 비해 윌리엄 마이너는 좋은 집안 출신이지만 군 복무 중 겪은 트라우마와 망상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살인을 저지른데다가 정신마저 온전하지 못해 감호소에 수감 되어있지만 뛰어난 의술과 높은 학문적 소양을 갖추고 있어 간수들조차 그를 존경한다. 그런 그는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전 편찬 작업에 몰두하면서 조현병이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제임스 머리가 조현병 환자이자 살인범인 윌리엄 마이너를 편견 없이 대하며 학문적 교류를 넘어서서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죄수 족쇄를 찬 윌리엄 마이너가 제임스 머리와 사전 편찬에 대해 단어로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의 공통점을 통해 얼마나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여기에 윌리엄 마이너에게 남편을 잃은 비운의 여인 일라이자(나탈리 도머)가 등장하면서 비극적인 로맨스가 더해진다.

일라이자는 윌리엄 마이너를 만나면 만날수록 복수와 경멸의 감정이 사그라들고 점차 애정까지 생겨나는 당혹스러운 심적 변화를 경험한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윌리엄 마이너는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고통스런 내적 갈등을 겪으며 괴로워한다.

외골수 천재와 미친 천재가 만들어낸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얽힌 역사를 담은 이 시대극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이야기 전개가 조금 산만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멜 깁슨, 숀 펜, 나탈리 도머, 스티브 쿠건, 에디 마산, 제니퍼 엘 등 관록의 유명 배우들이 펼치는 뛰어난 연기가 이를 상쇄시킨다.

특히 광인이자 천재인 닥터 윌리엄 마이너 역을 맡은 숀 펜의 내면 연기는 압도적이라 할만하다. 이 영화의 관람 가치는 그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다.

사이먼 윈체스터 원작의 베스트셀러 ‘교수와 광인’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제작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인해 파하드 사피니아 감독은 P.B. 셰므란이라는 가명으로 표기되며, 판권을 사들였던 멜 깁슨의 제작사는 크레딧에서 이름이 빠져있다.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프로페서 앤 매드맨.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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