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 전쟁 같은 액션 담은 포커페이스 복수극 그리고 강렬한 카타르시스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 ‘캐시트럭’(원제: Wrath of man)은 무장 강도에게 아들을 잃은 한 남자의 분노와 복수를 담은 액션영화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낮은 중저음의 배경음과 함께 버즈 아이 뷰(Bird's eye view)로 대도시 외곽의 현금수송 차량을 화면에 담으며 시작한다.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한 액션영화들은 보통 ‘킹 아서: 제왕의 검’(2017), ‘젠틀맨’(2020)처럼 경쾌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연출과 짧은 컷으로 이루어진 현란한 편집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의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 작품은 롱테이크 도입부를 시작으로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분위기가 영화 전반을 감싼다. 현금수송차량 내부로 옮겨온 카메라는 제한된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이후 발생하는 무장 강도 사건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극히 한정된 정보를 제공한다.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장면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중요한 부분으로 영화 속에서 여러 번 시점과 시각을 달리해 반복 등장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추가적 정보와 단서를 제공해 이 사건에 얽힌 비극적 뒷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이 추리물 형식의 이야기 구조는 몰입감을 상당히 높여주며 후반부 결말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무표정한 얼굴로 등장하는 주인공 H(제이슨 스타뎀)는 채용 테스트를 겨우 턱걸이로 통과한 현금수송 경비회사 직원이다. 리더십을 가진 불렛(홀트 맥칼라니), 허세가 심한 보이 스웨트 데이브(조쉬 하트넷)와 한 조가 되어 현금수송차량에 올라탄 신참 직원 H는 곧 무장 강도에게 습격을 받게 된다. 강도에게 인질로 잡히거나 어찌할 바를 허둥대기만 하는 동료들과 달리 H는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인다.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는 채용 테스트에서와는 딴판으로 정확하고 뛰어난 사격 실력과 대담한 대응능력으로 혼자서 순식간에 모든 범인을 제압해 버린다. 그런 그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를 영웅 대접한다. 그리고 3개월 뒤 벌어진 또 다른 무장 강도 사건에서는 범인들은 H의 얼굴을 보자마자 줄행랑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사실 H는 오직 자기 아들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경비회사에 위장 취업한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다. H는 동료 직원 데이나(니암 알가)에게까지 총부리를 겨누며 범인과 공모한 경비회사 내부 인물을 찾고 있었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를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H는 아주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면서 아들을 살해한 범인의 실체에 서서히 접근해간다.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 가이 리치 감독이 만들어낸 복합장르의 액션 수작

‘알라딘’(2019)을 통해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가이 리치 감독은 발표 영화마다 흥행이나 작품성에서 어느 정도 편차를 보이는 편이다. 그는 이번 ‘캐시트럭’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잘 설계된 이야기와 연출을 보여준다.

영화는 분노와 복수의 상징적 이미지를 그래픽으로 잘 살린 타이틀 시퀀스에 이어 1장 ‘어두운 영혼’을 시작으로  총 4장으로 구성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H를 상징하는 1장 ‘어두운 영혼’의 이야기는 다음 장 ‘그을린 땅’에서 원한의 시작과 범인에 대한 추적으로 이어진다. 3장 ‘못된 짐승들’은 H가 쫓는 무장 강도들의 정체를 보여주고 마지막 4장 ‘간, 폐, 비장, 심장’에서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을 담는다.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 안에는 치밀한 작전으로 돈을 터는 케이퍼 무비가 주는 스릴과 재미, 전쟁물 같은 과격한 총격 액션 장면, 비정함과 진지함을 담은 어두운 갱스터 누아르까지 동시에 들어가 있다.

이렇게 영화에 여러 장르가 복합적으로 들어갈 경우 자칫 영화의 구성이 산만해지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는데 ‘캐시트럭’의 경우는 매우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를 끝까지 이어간다.

가이 리치 감독의 기존 연출 스타일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코미디 감각은 짧게 나마 여전히 들어가 있으며 제이슨 스타뎀을 단순 액션 스타로만 활용하지 않고 깊이감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만들어낸 점이 돋보인다. 또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냉정한 퇴장이 연출되는 점도 특징이다. '아웃포스트'(2020)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스콧 이스트우드의 비열한 연기도 눈길을 끈다.

원제인 ‘남자의 분노’에 걸맞은 무표정하고 암울한 감정선 연출은 폴 버호벤 감독이 전성기에 만든 ‘로보캅’(1987)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렬하다.

액션영화 ‘캐시트럭’은 IMAX와 돌비시네마 등 특수포맷으로 관람할 경우 압도적 액션 타격감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118분. 청소년 관람 불가.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캐시트럭. ⓒ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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