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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모든 것 잃을 위기에 놓인 ‘폭탄 위의 남자’...‘발신제한’ 리뷰

기사승인 2021.06.18  16: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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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제한. ⓒCJ ENM

- 조우진 첫 단독 주연 작품...부산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액션 스릴러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김창주 감독의 '발신제한'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은행 직원이 폭탄 테러 용의자로 몰리면서 펼쳐지는 위기를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일부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프라이빗 뱅커(PB)센터장 성규(조우진)는 가정보다 일이 우선인 전형적인 출세 지향 인물이다. 아랫사람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는 출근길에 딸 혜인(이재인)과 아들 민준을 차 뒷자리에 태운다.

차를 애지중지 아끼는 성규는 차량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던 그는 일방적인 스케줄 변경에 불만스러워하는 아내 연수(김지호)를 뒤로 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발신제한. ⓒCJ ENM

등굣길 달리는 차 안에서 혜인은 두꺼운 칼 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읽고 성규는 워커홀릭답게 운전을 하면서도 업무에 열중한다. 부산 도심을 달리고 있는 이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차량은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벨 소리와 함께 서서히 공포의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신자는 성규에게 차 시트 밑에 설치된 유압식 폭탄을 터트리겠다며 거액을 요구한다. 보이스 피싱이나 장난 전화쯤으로 여겼던 성규는 운전석 아래의 폭탄을 확인하고는 범인 말대로 자신이 지뢰를 깔고 앉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발신제한. ⓒCJ ENM

같은 범인에게 협박받던 부지점장 부부가 눈앞에서 폭사하는 충격적인 모습을 본 성규는 아이들 목숨이 저당 잡힌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범인은 성규의 유동자산은 현금으로, 죽은 부지점장 몫을 포함한 34억원이 넘는 돈은 특정 계좌로 보낼 것을 요구한다. 성규는 범인이 시키는 대로 아내에게 전 재산을 범인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다. 아울러 범인이 요구하는 거액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관리하던 VVIP 고객 돈까지 빼돌려 보려 하지만 모든 상황은 그의 뜻과 달리 점점 꼬여가기만 한다.

급기야 경찰이 성규를 폭탄 테러범으로 판단하고 검거 추적에 나서자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진다. 차에서 내릴 수도, 범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성규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액셀을 밟아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발신제한. ⓒCJ ENM

◆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 리메이크 작품

영화 ‘발신제한’의 가장 큰 장점은 시원한 바다와 도심 스카이라인 풍광이 공존하는 부산에서 장산역, 해운대 광장, 구남로를 배경으로 카체이싱 액션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드론샷 앵글로 촬영된 생동감이 느껴지는 도심과 탁 트인 드넓은 해변 모습이 좁은 공간에 고립된 채 협박당하는 성규 가족의 절망적인 상황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높인다. 김태성 음악감독의 오리지널 스코어와 김태수 촬영감독의 속도감 넘치는 영상 또한 폭탄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성규와 그를 둘러싼 긴박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발신제한. ⓒCJ ENM

‘더 테러 라이브’(2013), ‘끝까지 간다’(2014), ‘터널’(2016), ‘마녀’(2018) 등에 참여해온 김창주 편집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인 만큼 ‘발신제한’은 세밀하게 계산된 짧은 샷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장면들이 급류처럼 펼쳐진다. 

또한 데뷔 22년 만에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조우진은 흠잡을 곳 없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성규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몰입해 극을 이끈다.

‘스피드’(1994)와 ‘폰 부스’(2002)를 합친 듯한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2015)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몇몇 로컬라이징 요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원작의 주요 장면과 플롯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발신제한. ⓒCJ ENM

원작과 비교하면 인물 간 격렬한 대사 공방이 주는 긴장감은 조금 약하게 느껴진다. 원작에서는 폭탄 제조에 능한 범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있지만, '발신제한'에서는 훨씬 더 능숙한 방법으로 냉정하게 성규를 조종하는 협박범의 뒷배경에 대한 정보는 뚜렷하게 제공되지 않는다.

사건 해결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찰과 주인공의 모습은 원작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한다. 이 작품에서 폭발물 처리반 반 팀장(진경)은 범인의 주도면밀한 지능플레이를 꿰뚫어 보는 유일한 인물이다. 허술하게 묘사되는 경찰 대응과 대비되는 반 팀장 캐릭터 비중을 높여 오리지널 스토리의 변곡점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발신제한. ⓒCJ ENM

원작은 협박범, 경찰, 자녀, 직장 등 주변을 둘러싼 심리적 압박 요소와 폭탄이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물리적 함정에 갇힌 주인공에게 무너져가는 가족 해체 상황까지 덧씌운다. 그리고 가정에 소홀했던 중년 가장이 뒤늦게 깨닫게 되는 후회의 감정선이 강하게 부각된다. 이는 가족 공동체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스페인 문화에 기반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발신제한’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실제 사건을 원작과 차별되는 각색 요소로 삽입하고 주인공과 범인의 연결점이 되는 과거 악연의 시작을 설명한다. 그리고 참회를 통한 갈등 해소 노력과 함께 사회적 메시지에 집중한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예정.

▲발신제한. ⓒCJ ENM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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