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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현실이라면 도망치고 싶은 극한 공포”...영화 ‘랑종’ 리뷰

기사승인 2021.07.05  2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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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종. ⓒ쇼박스

- 태국판 ‘유전’...서서히 내면을 잠식해 나가는 압도적 공포감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018년, 한 다큐멘터리 촬영팀은 태국어로 무당을 뜻하는 ‘랑종’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태국 전역을 돌던 촬영팀은 북동부 이산 지역 시골 마을에서 랑종으로 살아가는 님(싸와니 우툼마)을 만나게 되고 취재를 시작한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집, 숲, 나무, 논밭 등 세상 모든 것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집안 내력에 따라 랑종이 된 님은 ‘바얀 신’을 모신다.

님은 담담한 표정으로 오랜 세월 동안 마을을 보호해온 조상신이라며 그녀 안에 들어와 있다는 바얀 신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님을 포함한 그 누구도 바얀 신이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언제 어디서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

▲랑종. ⓒ쇼박스

영화 ‘랑종’(영제: The Medium)는 ‘블레어 위치’(1999)처럼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됐다. 태국 토속신을 믿고 섬기는 무당 가문 후손들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신내림, 기복과 질병 치료를 위한 샤머니즘 의식이 등장한다. 우리나라 무속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순한 맛 이야기는 잔잔한 느낌으로 영화의 초반 분위기를 이끈다.

 

영화는 중반부까지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밑바닥 아래 침잠해있는 무엇인가를 하나씩 서서히 끄집어낸다. 그리고는 흩어진 파편들을 모아 탑처럼 쌓아간다. 나홍진 프로듀서는 이런 얼개 속에서 몇몇 코미디 요소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30분의 런닝타임 내내 오싹해진 마음을 추스르기 급급하기에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랑종. ⓒ쇼박스

대물림에 관한 이야기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유전’(2018)처럼 이 영화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님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언니 노이(씨라니 얀키띠칸)을 향해 깊은 원망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랑종으로 원치않는 삶을 살아야하는 님은 노이의 딸인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을 친자식처럼 아낀다. 그렇기에 밝고 성실했던 밍이 이상 행동을 보이며 점점 ‘신병’을 앓는 사람처럼 변해가자 발 벗고 나선다.

바얀 신의 대물림이 곧 밍에게 있을 것이란 추측에 따라 이 희귀한 신내림 영상을 담기 위한 촬영은 점점 관음적으로 변해간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009)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속 CCTV 영상 장면은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충격적인 묘사로 공포감을 안긴다.

▲랑종. ⓒ쇼박스

님과 노이 그리고 오빠 마닛(야사카 차이쏜)은 랑종이 되길 거부하는 밍 곁에 모여 문제를 필사적으로 해결해 보려 하지만 업보에 지배당하는 이들 가문의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샴’(2007), ‘셔터’(2005)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에는 공포영화 단골 소재인 빙의, 저주, 엑소시즘 외에도 근친, 카니발리즘 같은 금기까지 담고 있으며, 수위 높은 청불 장면들이 등장한다.

▲랑종. ⓒ쇼박스

유쾌하지 못한 감정과 긴장감이 이리저리 뒤섞이는 중반부를 지나 극한의 공포가 휘몰아치는 후반부에 다다르면 똑바로 마주하기 어려운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는 다소 불균질하게 느껴졌던 배우들의 연기력 차이를 모두 잊게 할 만큼 강렬하다. 밍 역을 맡은 신인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은 말 그대로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반종 감독은 연기에 있어서는 가이드 라인만 제시했고 디테일한 부분은 배우들에게 맡겼다고 밝혔다. 이런 즉흥적인 모습이 담긴 장면들은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되는 생생한 현장감과 원초적 공포감를 불러일으킨다.

▲랑종. ⓒ쇼박스


영화 ‘랑종’은 ‘곡성’(2016), ‘황해’(2010), ‘추격자’(2008)의 나홍진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나 감독은 직접 각본 원안을 집필하면서 ‘곡성’의 황정민이 맡았던 무당 일광을 이 영화 안으로 가져온다. 그러면서도 기시감이 제거하기 위해 영화의 무대를 해외로 옮긴다.

그렇게 일광은 불교, 가톨릭, 토속신앙 등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습하고 이국적인 태국의 풍광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빚어져 배치된다. 곡성과는 차별된 작품으로 제작되길 원했다고 밝혔던 나 감독의 의도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기묘한 찝찝함과 불쾌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씩 심리적으로 내면을 잠식해 나가던 공포감은 영리하게 짜여진 연출에 따라 어느 순간 갑자기 해일처럼 관객을 덮친다. 그런 장면들에서는 눈을 감기도 눈을 뜨기도 무섭다. 여기에 클리셰를 비튼 플롯까지 더해져 극단적 공포의 벼랑에 내몰린다. 

'랑종'은 그로테스크한 호러 장르물이 주는 영화적 경험의 본질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 러닝타임: 130분

◆ 개봉일: 7월 14일

◆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원작: 최차원, 나홍진/프로듀서: 나홍진, 반종 피산다나쿤/출연: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씨라니 얀키띠칸, 야사카 차이쏜/제작: 노던크로스, GDH/제공·배급: 쇼박스

▲랑종. ⓒ쇼박스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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