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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영화 ‘피닉스’ 리뷰…”살아 돌아온 아내, 유령을 만드는 남편”

기사승인 2021.07.19  13: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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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엠엔엠인터내셔널

- 나치 전쟁범죄와 그에 따른 죄의식을 잊지 않고 있는 독일의 자화상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1945년 6월, 미군이 점령한 독일 서베를린 검문소에 차 한 대가 들어선다. 거만한 태도로 검문하던 병사는 차 안에 있던 넬리(니나 호스)의 얼굴을 기어이 확인하고는 크게 당황한다. 붕대를 감고 있던 넬리의 맨얼굴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넬리는 친구 레네(니나 쿤젠도르프)의 도움으로 고향에 되돌아왔지만 남은 것은 공허함과 폐허뿐이다.

넬리는 안면 성형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고 싶어 했지만, 자기자신도 잘 알아보지 못할 만큼 낯선 얼굴을 갖게 된다. 넬리는 그런 모습으로 친구 레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애타게 그리워해 왔던 남편 조니(로날트 제어펠트)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남편을 향해 순수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불태우던 넬리는 마침내 전쟁의 상처로 가득찬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술집 피닉스에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조니를 만난다. 하지만 조니는 얼굴이 바뀐 넬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죽은 아내와 닮은 사람으로만 여긴다.

▲피닉스. ⓒ엠엔엠인터내셔널

한편, 조니는 아내 앞으로 남겨진 거액의 유산을 받아낼 방법이 없던 차에 넬리를 만나게 되자 일을 꾸미기 시작한다. 넬리는 신분 증명을 통해 유산을 아무 문제 없이 상속받을 수 있음에도 서로 돈을 나눠 갖자는 남편 조니의 사기극에 동참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피닉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스를 수 없었던 암흑시대의 광기에 휘말린 개인이 겪게 되는 혼란과 상실 그리고 전후에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이 영화의 기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으켰던 독일의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부채 의식도 함께 내재 되어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이 작품은 어린 시절 나치 치하에서 부모를 잃은 한 여성이 이모와 함께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영화 ‘이다’(2013)를 연상하게 한다.

▲피닉스. ⓒ엠엔엠인터내셔널

‘피닉스’는 가짜 아내를 내세워 완전범죄를 꾸미는 내용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1958), 재산을 노리고 죽은 친구 행세를 하며 서명 연습까지 하는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1960) 등의 연출 문법을 차용한다. 그렇기에 로맨스 영화이면서도 내재한 서스펜스 요소가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에 흑백 필름 누아르와 총천연색 색채를 연결한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로 상실로 가득한 폐허 그리고 평화로운 자연과 일상을 담는다. 터전은 물론 자신의 원래 모습조차 잃은 넬리와는 정반대로 전과 다름없이 같은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삶을 이어가는 이웃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간 아내의 죽음을 확신하는 조니라는 인물 설정은 이웃이 아닌 가족이었다는 점에서 비극적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그에게 과거란 그저 아내라는 존재와 함께 완전히 잊어야만 하는 기억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아내이기에 얼굴이 바뀐 들 몸짓, 목소리, 습관 어느 하나만으로도 바로 그녀임을 눈치채겠지만 조니의 방어기제는 그것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으로 재구성한 가짜 넬리의 모습이 점점 진짜에 가깝게 완벽해질수록 그것을 무시하려는 조니 내적 갈등과 죄책감은 서서히 커져간다.

▲피닉스. ⓒ엠엔엠인터내셔널

그에 반해 넬리는 조니가 시키는 대로 필체, 걸음걸이 등 자기자신을 따라하면 따라할수록 점점 원래의 본인 모습이 무엇이었는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그리고 왜 그토록 남편에게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고 싶어 했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영혼을 나눈 친구 레네를 등진 채 과거에 사로잡혀 조니를 선택한 것에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마침내 파리에서 산 구두를 신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채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가짜 넬리’를 연기하는 넬리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지인들 앞에 선다. 

베를린으로 돌아온 이래 유령처럼 과거를 뒤쫓아 떠돌던 넬리의 모습은 쿠르트 바일(Kurt Weill)의 ‘Speak Low’을 부르면서 서서히 현재의 자신으로 새롭게 불사조처럼 되살아나 무대 뒤로 사라진다.

영화 ‘피닉스’는 ‘바바라’(2012), ‘트랜짓’(2018)과 함께 독일 현대사를 다룬 ‘역사 3부작’ 중 하나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접근성이 좋은 작품이다.

◆ 제목: 피닉스(Phoenix)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8분

◆ 개봉일: 7월 22일

◆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출연: 니나 호스, 로날트 제어펠트, 니나 쿤젠도르프/수입·배급: 엠엔엠인터내셔널

▲피닉스. ⓒ엠엔엠인터내셔널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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