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액션영화의 B급 레트로 감성으로 무장한 허허실실 코미디극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쇼브라더스와 골든하베스트를 뒤섞은 패러디 로고 골든브라더스로 시작하는 이진호 감독의 영화 '액션히어로'는 시종일관 재기발랄하고 유쾌하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액션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경우 엉성한 설정과 산만한 구성으로 낮은 완성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예외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 배우상, 왓챠상, CGV상 4관왕에 오른 '액션히어로'는 만듦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십억 이상의 대자본을 투자해 만들었지만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 답답한 느낌을 주는 최근 한국 상업영화들보다 훨씬 뛰어난 영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는 첫 장인 '영웅 등장'부터 80~90년대 홍콩 액션영화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 강한 억양의 광동어와 함께 의도된 노이즈 필터를 입힌 키치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액션이 화면을 장악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현실을 비트는 코미디가 이어진다.
사회복지학과 대학생이자 공무원 준비생인 주성(이석형)은 홍콩 액션영화에 푹 빠져있다. 액션 배우가 되는 게 늘 소원이었던 그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연극영화과 청강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연극영화과에서 가장 열정적인 학생으로 주목받는다.
어느날 주성은 과의 아웃사이더인 찬열(이세준)과 함께 조별 과제로 영화를 찍던 도중 우연히 연극영화과 차옥주 교수(김재화)를 협박하는 편지를 발견한다. 입시비리를 끊임없이 저지르는 차 교수의 약점을 포착한 누군가의 소행이 분명하지만, 주성은 이를 액션영화 소재로 삼을 계획을 세운다.
한편 차 교수는 조교 선아(이주영)에게 하루 안에 협박범을 찾아내라는 지시를 내린다. 주성과 마찬가지로 한때 단편영화 '액션히어로'를 찍으며 배우의 꿈을 키웠던 선아. 하지만 지금은 차 교수의 조교와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으로 투잡을 뛰며 버겁게 현실과 타협해 살아가고 있다.
입시부정을 도왔던 선아는 힘없는 노예 조교이기에 차 교수의 황당한 명령을 거역하지 못한다. 그러던 선아는 주성의 액션영화 프로젝트에 우연히 휘말리게 되면서 꼬이고 꼬인 협박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대학원을 나왔으니까 치킨집을 한다"는 조교 재우(장인섭)의 대사처럼 88만원 세대의 짠 내 나는 대학 생활과 함께 코미디와 액션을 함께 버무린 이 영화 속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서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비록 어딘가 허술하기도 하고 치밀함은 부족하지만 '범죄 활극', '조교의 난', '탈출 작전' 등 각각의 장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가성비 높은 연출이 빛을 낸다.
여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재미를 놓치지 않게 하는 액션과 짜임새 있는 구성은 관람 만족도를 높여준다. 음악에는 우주, 뮤직 슈퍼바이저로 모그가 참여해 무협영화 느낌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영화 '액션히어로'는 전반적으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초기 작품인 ‘엘 마리아치’ 같은 저예산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맛을 그대로 품은 작품이다.
사회풍자 요소를 반영한 아주 현실적인 결말을 담고 있기도 한 이 작품은 TV 드라마 1회 제작비도 10억원을 웃도는 시대에 순제작비 3억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완성됐다.
상업영화를 표방하지만, 그에 걸맞은 재미를 관객에게 주지 못하는 최근 개봉작들은 이 영화 앞에 무릎 꿇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 제목: 액션히어로 (Action Hero)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91분
◆ 개봉일: 7월 21일
◆ 감독·각본: 이진호/출연: 이석형, 이주영, 김재화, 장인섭, 이세준/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배급: 트리플픽쳐스/디지털배급: 질리언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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