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단지 전경. ⓒ픽사베이
▲서울시 아파트 단지 전경. ⓒ픽사베이

- 정부 “계약 갱신율 오르고 제도 안착” vs 전문가 “기존 임차인에 한정된 해석”

-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 계속될 듯임대차 3법 폐지 두곤 전문가 의견 갈려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다. 임대차 3법이란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작년 7월3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시행됐고 같은 해 8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임대차신고제는 올해 6월1일 시행됐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전세 거래량은 크게 줄었고, 전셋값은 껑충 뛰었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 사례도 늘었다. 규제를 가할수록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시장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급값…전셋값은 1억원 넘게 올라

3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임대차 3법 시행 후 서울 전세시장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서울 아파트의 전세 거래량은 1만9,256건을 기록했지만 올해 7월에는 8,640건이다. 

전세가격도 크게 올랐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를 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483만원이다. 이는 작년 7월(4억9,922만원)보다 1억3,561만원이 오른 수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갱신·종료 관련 분쟁조정 접수건수는 최근 1년간 27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11배 뛰었다.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합법적으로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데 '집주인이나 그의 직계 존·비속이 실거주해야 할 경우' 계약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악용해 세입자를 내쫓다시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현재의 전세 매물 부족 현상과 전셋값 상승에는 임대차3법이 주효했다”며 “이번 정부 출범 후 작년 여름까지 큰폭으로 오르지 않던 전셋값이 작년 여름 이후 폭발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도 “전세난에는 여러 가지 복합요인이 있겠으나 임대차3법이 절반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재계약 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단기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임대차 3법 시행 1년 만에 세입자 주거안정 효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제26차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이 제고되고 있다”며 “서울 100대 아파트는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임대차3법 시행 이후 10채 중 8채가 갱신되는 결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서울 25개 지역별 대표 아파트 4곳(400가구 이상)의 임대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7%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갱신율 증가에 따라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이 임대차 3법 시행 전 3년6개월에서 5년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임대차 신고제 시행 이후 거래내용을 보면 6월 한달간 1만3,000건의 갱신 계약이 체결됐으며, 이 가운데 63.4%(8,000건)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시각이 임대차 3법 시행 전인 기존 임차인에 한정된 해석이라고 평가한다. 

심 교수는 “임대차 3법은 기존 임차인들에게는 유리한 정책으로 기존 임차인의 계약 갱신율은 증가하겠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정부가 현 시점에서 혜택을 본 기존 임차인들도 계약 종료 후 전세물량 품귀로 새 집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재계약을 원하는 임차인들은 거주기간과 계약유지 등의 순기능이 작용하지만 현재 집을 구하려는 신규 계약자들은 높은 가격에 전셋집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재계약자한 임차인들 역시 2년 후에는 높아진 전셋값에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완전한 혜택을 봤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전세난…3기 신도시 공급 본격화 땐 시장 안정"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기 신도시 아파트가 일부 분양을 시작하고 있으나 입주까지는 3~5년이 더 소요되고 내년까지 서울 입주 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길게는 내년까지도 전세난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작년에 비해 줄어든데다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 본부장도 “임대차 3법을 포함해 여러가지 요인이 전셋값 상승에 오랜기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공공재건축 등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라 단기간 내 전세시장 안정은 어렵다”며 “올해까지는 전셋값 상승률이 꺾이지 않고 호가 위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금리인상과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되면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864가구로 예정됐다. 이는 작년 입주물량 4만9,411가구 보다 1만8,547가구(37.5%) 적다. 이 중 1만7,723가구는 이미 상반기에 입주를 마무리했고 하반기에는 상반기 보다 4,582가구(25.9%) 적은 1만3,14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의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1만401가구(33.7%)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임대차 3법 폐지를 놓고선 의견이 갈린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는 임대차3법 제도를 도시가 아닌 전국에 적용한 유일한 국가로, 1년의 통계 수치만으로도 서민 고통을 알 수 있는 만큼 개정이 아닌 폐지가 돼야한다”며 “전셋값이 단기급등 후 제도가 안착할 것으로 봤던 정부의 전망은 완전히 틀렸고 전셋값 안정이 중요한 시점인 만큼 전세를 구하는 실수요자를 포함한 시장 전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본부장은 “임대차 3법은 장기적 관점에서 전셋값이 안정됐을 경우를 감안하면 필요한 정책이고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시각이 달라질 수 있는 제도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난은 임대차 3법이 폐지돼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공급량 부족으로 생겼기 때문에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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