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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강이'를 이해하는 '강이'들에게…영화 '최선의 삶' 리뷰

기사승인 2021.08.26  05: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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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 성장·우정보다는 십 대의 인간관계와 내밀한 감정에 집중한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학교 운동장 스탠드에 웅크려 앉은 강이(방민아)는 "우리 옛날처럼 돌아가긴 힘들겠지?"라며 울먹인다. 그런 강이에게 아람(심달기)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조용히 대답한다.

다음 날, 소영(한성민)은 강이와 아람에게 오락실에 같이 가자며 먼저 말을 걸어온다. 그것이 사라지지도 않고 익숙해지지도 않을 무서움의 시작이라는 것을 강이는 알지 못했다.

(이 리뷰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몰상식과 폭력이 불타던 시절 열여덟의 강이, 아람, 소영은 절친이었다.

세 친구 사이에서 소영은 가장 도드라졌다. 대덕연구단지 덕분에 상전벽해가 일어난 전민동에 사는 소영은 예뻤고 공부도 잘했다. 그에 비해 아람은 가난하고 아픔이 많은 아이다. 그래서인지 더 많이 웃는다.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챙기는 강이는 같은 읍내동에 사는 아람에게는 동질감을, 소영에게는 닮고 싶고 따르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무엇보다 강이는 뭐든지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소영의 덩어리에 속해 있다는 게 든든했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어느 날, 소영은 강이와 아람에게 함께 가출하자고 말한다. "집 나가면 병신같이 살게 될 거야"라고 말했던 소영은 모델이 되고 싶어 했다.

강이는 무뚝뚝한 아빠와 매일 정화수를 떠 놓고 염불을 외는 엄마 그리고 또 하나의 강이인 멍청하고 탐욕스러운 강아지와 함께 산다. 화장실 변기에 누런 물때가 끼어 있고 가파른 언덕 계단을 한참 걸어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이 집이 강이는 좋지도 싫지도 않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아람처럼 아빠에게 맞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가출할 만한 이유는 손꼽아봐도 딱히 없지만 강이는 소영을 따른다. 모두가 무시하지 못하는 아이인 소영을 강이는 친구로 좋아했다. 강이는 그렇게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이 무서워지는 느낌이 들 즈음 거리로 나가 가출 청소년이 된다.

소영을 따라 나온 강이와 아람은 거리를 헤맨다. 그들은 착해 봤자 결국 아저씨일 뿐인 사람을 피해 달아난다. 아파트 옥상 계단에서 버려진 매트리스를 깔고 잠을 잔다. 담배연기와 함께 해맑게 웃으며 연예인을 꿈꾸던 소영은 결국 이 생활이 구질구질하다며 진저리친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모든 것에 애착을 갖는 아람은 험한 일을 여기저기서 당해도 모든 게 사랑이라 여긴다. 선풍기도 없는 무더운 한여름 반지하 방에서 아람이 없는 사이, 강이와 소영은 연인이 된다.

가출하기 전 세 사람은 갓난아이들처럼 평등했다. 하지만 집 밖 세상을 거쳐 헐벗음을 경험한 후 그들 사이에는 어른처럼 스멀스멀 위계가 생겨나 버린다. 세 사람의 몸은 학교로, 집으로 되돌아갔지만 그들의 마음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세포분열을 거친 그들의 피라미드 맨 꼭대기 자리는 당연하다는 듯 소영이 차지했다. 소영이 가장 겁많은 아이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잃은 아람의 증오는 아버지가 아닌 소영을 향했다. 하지만 소영은 "읍내동 사는 주제에"라며 싸움 상대로 아람이 아닌 강이를 고른다.

이겨도 안 되고 져도 안 되는 싸움이었다. 소영과의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게 되자 강이는 배신자로 낙인 찍힌다. 교사들은 짓밟힌 강이 한 사람보다는 소영의 덩어리를 더 아꼈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강이가 원하는 건 소영과 함께 했던 스노볼 속 예쁜 세상이었다. 하지만 얻은 건 그림자가 돼 고립된 자신뿐. 강이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악몽을 셔츠 속에 돌돌 말아 숨겨 가슴에 품는다.

영화 '최선의 삶'은 풋풋한 십 대의 성장이나 우정보다는 그 시절 형성되어가던 인간관계와 내밀한 감정에 집중한다.

이우정 감독은 임솔아 작가가 마치 경험담인 듯 일기처럼 써 내려간 동명 소설 속 이야기를 현실로 끄집어낸다. 그리고는 십 대들만이 가진 불꽃 같고 바람 같은 정형화되지 않은 감정의 세찬 삐걱거림을 화면에 담는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글이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듯, 오락실 시퀀스를 제외하고는 폭력 대부분이 과감하게 생략된 연출 지점에서 관객은 활자가 아닌 스크린을 바라보며 똑같은 것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화면을 차지하는 찢어진 입술과 상처의 쓰라림 그리고 아픔의 감각이 날카롭게 피부에 와닿는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이다. 그들은 마치 소설을 찢고 나온 듯 연기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 배우의 세밀한 감정연기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그 시절 우리는 강이, 아람, 소영 중 하나였거나 혹은 그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택해 갈라섰었다. 십 대의 시기가 '써니'(2011)처럼 '그땐 그랬지'라는 아련한 노스탤지어로 남아 있다면 그건 행운과도 같은 일이다. 최고를 꿈꾸지만 최악으로 치닫는 최선의 삶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수조 속 스펀지볼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처를 품고 사는 '강이'를 이해하는 '강이'들은 누구보다 이 영화에 공감할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해피 엔딩과 배드 앤딩에 대한 모든 상상력을 자극한다. 최선의 선택이다.

◆ 제목: '최선의 삶' (영제: SNOWBALL)

◆ 원작: 임솔아 장편소설 '최선의 삶'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9분

◆ 개봉일: 9월 1일

◆ 각색·감독: 이우정/출연: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제작: 마일스톤컴퍼니/공동제작: 모토MOTTO/배급: 엣나인필름

▲최선의 삶. ⓒ엣나인필름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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