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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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격감 넘치는 쿵후 액션, 몰입감 높은 서사, 또 하나의 역사적 MCU 솔로 무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이소룡'은 그 자체로 신화다. 그는 TV쇼 '그린 호넷'(1966)에서 케이토 역으로 북미에서 존재감을 알린 후 '당산대형'(1971), '정무문'(1972), '사망유희'(1978) 등 전설적인 작품을 남겼다.

쿵후의 마스터(Master of Kung Fu) 샹치는 당시 이소룡의 인기에 힘입어 그를 모티브로 해 탄생한 마블 캐릭터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션(시무 리우)은 절친 케이티(아콰피나)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주차 요원으로 일하며 평범한 삶을 사는 청년이다. 어느 날 션은 그의 펜던트를 노리는 암살 조직 '텐 링즈'의 습격을 받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십년지기 친구 션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케이티는 그것이 자신만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션의 본명이 샹치라는 것과 그가 감춰왔던 내밀한 가족사를 듣게 된 케이티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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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조직 텐 링즈는 '아이언맨'(2008)에서 토니 스타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한 흑막의 테러단체로 MCU의 시작과 함께 첫 등장 했다. '아이언맨 3'(2013)에서도 모습을 보이는 조직이다.

샹치는 텐 링즈의 위협이 곧 여동생 샤링(장멍)에게도 닥칠 것임을 직감하고는 케이티와 함께 마카오로 향한다. 마카오에서 사설 격투장 '골든 대거스 클럽'을 운영 중인 샤링은 갑작스레 나타난 오빠 샹치를 조금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남매가 서먹한 재회를 하는 사이 텐 링즈 조직원들이 클럽 빌딩에 들이닥친다. 그리고 텐 링즈의 수장 '만다린'이자 샹치와 샤링의 아버지인 웬우(양조위)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웬우는 아들 샹치에게 자신이 이끄는 암살 조직 텐 링즈에 복귀할 것을 종용한다. 사실 샹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 의해 암살자로 혹독하게 훈련받은 텐 링즈의 일원이었다.

한편 웬우는 샹치에게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미 오래전에 죽은 자신의 아내 리가 미스터리한 세계 '탈로'의 문 뒤에 갇혀 있어 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샹치는 제안을 거절하고 또다시 아버지로부터 도망친다. 그는 새로운 동료의 도움을 받아 신비한 세계 탈로로 향하고 인류 전체를 위협할 거대한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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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 포인트는 쿵후 액션 세트피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초반 액션은 '매트릭스'(1999)와 '스피드'(1994)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재미를 준다. 1950년대부터 형성되어 쇼브러더스와 골든하베스트 영화사에서 주로 제작된 홍콩 액션영화의 명맥이 21세기 할리우드 스튜디오로 이어져 탄생한 이 영화는 새로운 차원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수천 년을 살며 세계 역사에 개입할 힘을 웬우에게 안겨준 무기 '텐 링즈'는 '옹박: 더 레전드'(2008), '쿵푸허슬'(2004), '소림36방'(1978) 등에 등장한 홍가철선권 수련 도구인 수환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영화 속에서는 무기 '텐 링즈'의 초월적인 힘과 매력적인 역동성을 정교한 CG로 구현해 허구적 사실감이라는 시각효과를 멋지게 완성해 낸다.

주인공 샹치의 쿵후 액션은 날렵하고 세련됐으며 타격감이 넘친다. 이소룡을 모델로 한 상치지만 무술 자체는 성룡 스타일에 가깝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실상 캐나다 TV 시리즈 '김씨네 편의점' 하나로 존재감을 알린 시무 리우가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걷게 될 배우로서의 성공 가도는 확실해 보인다. 그가 2018년 마블에 보낸 트윗 하나가 놀라운 나비효과를 거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버스 격투 시퀀스, 마카오 빌딩에서의 고공 액션, 탈로에서의 전쟁 등 치밀하게 계산된 액션 세트피스는 완벽할 뿐만 아니라 플롯의 극적 재미를 배가시킨다. 어떤 지점에서는 게임 '철권' 시리즈 같은 격투 게임을 보는 듯한 액션 쾌감도 연출된다.

오리지널 스코어도 신나고 경쾌하다. 액션과 격투 시퀀스마다 긴박감을 높이는 비트가 살아있는 세련된 음악을 선보인다. 아울러 '이글스'의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도 극장에서 들어볼 수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도입부와 탈로에서의 고전 사극 무술 액션에는 '화양연화'(2000), '중경삼림'(1994), '동사서독'(1994)의 양조위와 '예스 마담' 시리즈, '와호장룡'(2000)의 양자경이 합세해 우아하게 홍콩 영화의 정통성을 더한다. 샤링 역의 장멍이 구사하는 승표 무술 액션도 인상적이다.

이 영화의 액션에서는 총, 미사일 같은 현대화된 무기는 나오지 않는다. 오직 칼, 활 등 냉병기와 주먹 대 주먹으로 액션을 선보인다. 광둥어 대사가 없을 뿐 홍콩 쿵후 영화 느낌은 잘 살아있다.

중국의 신화적 존재 등장으로 예상치 못한 장르의 전환도 보여준다. 사극, 현대적 쿵후 액션물, 판타지, 괴수물 등 장르를 넘나들며 132분의 러닝 타임을 밀도 있는 서사와 재미로 가득 채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가족 갈등 드라마가 주는 재미와 몰입감

히어로와 빌런은 비등한 실력과 함께 최대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야 극적 긴장감이 높아진다. 따라서 피를 나눈 가족 간의 대립이야말로 극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설정 중 하나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루크, '에반게리온'의 겐도와 신지 그리고 게임 '철권' 시리즈 같은 부자간 갈등과 대립 설정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이야기가 전개된다. 서로에게는 사연이 있고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마냥 한쪽 편만 들 수 없다. 흔한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샹치와 웬우 역시 이 작품들의 갈등 구조를 따르기에 극의 재미와 몰입감은 일단 보장된다. 2차 빌런이 존재하지만 먼저 부자의 대결이 끝나야 등장한다.

어머니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새 출발 하려는 샹치, 샹치가 떠난 후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있는 샤링,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웬우 등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족 드라마 전개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샹치와 샤링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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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 아시안 히어로가 여는 MCU 페이즈 4

이 영화에는 중국계 히어로가 주인공이기에 많은 분량의 보통화 대사와 함께 신화, 전설, 문화 등 중국적 정서를 다수 내포하고 있다.

중국계 이민자 이야기를 다룬 '페어웰'(2019)에서 주연을 맡았던 아콰피나가 연기한 케이티는 '샹치'라는 발음도 힘겨워하는 미국문화 안에서 나고 자란 중국계 미국인으로 나온다. 시무 리우가 맡은 주인공 샹치는 아버지를 피해 샌프란시스코로 거처를 옮긴 중국계 이민자다.

영화에서 샹치와 케이티가 절친이 된 계기는 인종차별로 벌어진 싸움 때문이라고 설명해 아시안 이민자들이 북미에서 겪는 사회적 문제도 짚어준다. 개그 캐릭터 담당의 완전한 미국인 케이티는 극 중 전사로서 활약하며 전통을 학습하기도 한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들의 조상과 뿌리를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블랙팬서'(2018)가 흑인의 인종적 정체성을 담은 영화라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또한 미국 이민 사회에서의 중국인 정체성이 강조된 새로운 아시안 슈퍼 히어로 샹치의 솔로 무비다. 앞으로 마블 영화에서의 샹치 활약을 기대해 볼만 하다. 다만 이 영화에서 정체성 강조의 일면에 한국인이 언급되는 것은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편 마블 코믹스 원작에서 샹치는 동양인, 특히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스테레오타입을 대표하는 악당 캐릭터 푸 만추의 아들이다. 이에 MCU에서는 샹치의 아버지 설정이 만다린으로 변경됐다.

'더 글라스 캐슬'(2017), '저스트 머시'(2019), '숏텀 12'(2013)를 연출했던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은 처음 맡는 대자본 액션 프로덕션임에도 안정적인 연출력으로 MCU 사상 가장 흥미롭고 생명력이 넘치는 작품을 완성해냈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자신이 가장 아끼는 배우를 빠트리지 않고 출연시킨다.

이 영화에서는 카메오들의 출연과 마지막 2개의 쿠키 영상을 통해 샹치가 앞으로 확장 전개될 MCU 페이즈 4의 중요한 히어로 중 한명으로 활약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 제목: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37분

◆ 개봉일: 9월 1일

◆ 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출연: 시무 리우, 양조위, 아콰피나, 장멍, 양자경/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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