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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진실 혹은 거짓의 선택…영화 '좋은 사람' 리뷰

기사승인 2021.09.02  20: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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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 편견 앞에 무너지는 인간 지성 꼬집는 밀도 높은 서스펜스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경석(김태훈)은 고등학교 교사다. 어느 날, 그의 반에서 지갑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교실에서 물건이나 돈이 사라지면 일단 모든 학생은 용의자가 된다.

경석은 도둑질한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학생들을 겁박하거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자기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되돌리는 용기만 있다면 몇 번을 잘못해도 좋은 사람 될 수 있다'며 말로 다독이고 회유한다.

홀로 사는 적막한 집에 돌아온 경석의 얼굴에서는 학교에서의 밝고 다정한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의 온몸과 표정에는 피폐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화기를 꺼내 들고 딸 윤희(박채은)의 모습을 보며 그제야 미소를 짓는다.

경석은 갑자기 전처 지현(김현정)에게서 연락을 받는다. 급한 일이 생겼다며 윤희를 잠깐 돌봐 달라는 지현의 부탁을 경석은 거절할 수 없었다.

 

한편 범인을 알 수 없어 덮어두려 했던 지갑 도난사건의 목격자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범인으로 세익(이효제)이 지목된다. 앞서 CCTV 영상을 확인했던 경석은 목격자까지 등장하자 세익에게 진실을 말할 것을 종용한다.

▲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 사건을 둘러싼 거짓말들

세익을 학교에 남겨두고 딸 윤희를 데리러 간 경석. 그는 지현의 태도에서 자신에게 두는 거리감을 느낀다. 딸 윤희는 오랜만에 만난 아빠를 반기지 않는다. 그저 계속 엄마와 있고 싶다며 보채며 경석을 외면한다.

지현은 애가 왜 이러는지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경석은 이어 전처가 내뱉은 한마디에 고개를 떨군다. 쓴웃음을 짓던 경석은 영상이 아닌 현실에서 만난 딸에게는 미소를 보이지 못한다.

어둑해진 저녁, 경석은 자신을 따르지 않고 울기만 하는 윤희를 차 안에 혼자 내버려 둔 채 학교 건물로 들어간다. 경석이 나타나자 세익은 책상 위에 백지만을 남기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반항하듯 사라진 세익을 뒤로 하고 곧바로 차로 되돌아온 경석은 당황한다. 차 안에 있어야 할 윤희가 그사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윤희는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된다.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온 지현은 망연자실한 채 오열하고 경석은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다.

한편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이자 목격자인 형섭(김종구)은 경석과 지현에게 충격적인 증언을 한다. 세익이 윤희를 도로로 밀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결국 경석은 쌓여왔던 감정을 터트리며 세익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정말 세익은 경석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 했던 걸까. 카메라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확증 편향된 의심 사이에 놓인 교사 경석의 선택을 관조한다.

▲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 평범한 일상 풍경 안에서의 서스펜스

정욱 감독의 영화 '좋은 사람'에서 주인공 경석은 학생들 앞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제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는 경석의 모습은 진정으로 참된 교사, 좋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과연 경석은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 정말 좋은 사람일까. 정욱 감독은 이 영화 속에서 평범하고 선량해 보이는 한 인물의 이면을 파고든다.

극 중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진실에 거짓을 섞는다. 경석 또한 예외는 아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는 어느 쪽 주장에도 치우치지 않겠다며 공정함을 내세운다. 하지만 어느새 반복된 편견에 무릎 꿇게 되는 그는 세익을 의심하고 벌주고 괴롭힌다.

또한 경석은 사적인 영역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는 지현을 아직도 휴대전화 주소록에 '와이프'로 저장해 두고 있다. 그런 그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애틋해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의 선해 보였던 행동들은 점점 가식과 집착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경석은 아내 지현과 딸 윤희가 있는 가정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남자임을 행동으로 입증한다. 그는 사건을 통해 더욱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치닫게 되면서 남편, 아빠에 이어 교사로도 역할에 실패한다.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되돌릴 용기가 없었던 것은 경석이었다.

경석은 선과 악의 극단에 놓인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될 수 있다. 경석 역의 김태훈은 사건 속에서 황망한 감정을 안고 모순된 행동을 하는 인간의 내면을 그대로 끌어내보이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계속 내몰림 당하면서 경석을 혼란의 중심에 밀어 넣는 세익 역의 이효제는 문제아인지 아닌지 속을 짐작할 수 없게 하는 연기를 통해 모호한 캐릭터 성을 마지막까지 잘 살려낸다.

▲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정욱 감독은 학교와 집, 병원이라는 일상의 풍경 그리고 학생과 교사라는 흔하고 평범한 인물을 놓고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실현해 낸다. "거짓말하기 싫은데 사람들 사이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세익의 대사와 함께 밝혀지는 진실은 흔들리는 화면과 함께 강한 여운을 남긴다.

떠나는 자와 돌아오는 자의 교차로 끝을 맺는 이 영화의 힘을 극장에서 확인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 제목: ‘좋은 사람’(영제: Good Person)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1분

◆ 개봉일: 9월 9일

◆ 감독: 정욱/출연: 김태훈, 이효제, 김현정, 김종구, 박채은/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제공: 영화진흥위원회/배급: 싸이더스/공동배급: 찬란

▲좋은 사람. ⓒ싸이더스, 찬란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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