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그리다’. ⓒ나무발전소
▲‘그녀를 그리다’. ⓒ나무발전소

- 막연한 그리움에서 인생의 통찰로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40개의 시로 표현해 엮은 시집 ‘그녀를 그리다’가 출간됐다.

수록된 시는 일상의 아주 작은 순간에 스며들어 있는 아내의 흔적을 주제로 한다. 겨울이 깊어져도 바뀔 줄 모르는 여름 이불, 단추가 떨어진 와이셔츠 소매, 김치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도마 등 아주 작은 순간들에 느껴지는 그리움을 표현했다.

아내의 웃음과 잔소리를 회상하며 그리워하다가도 그 모든 건 자신을 충전시키는 ‘전원’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한다. 이내 살다 보니 살아진다는 고백과 함께 조금은 안정을 찾은 모습을 보여준다.  총 40개의 시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온전히 담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장 이불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린 아내에 대한 깊은 슬픔을 표현했다.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하며 아내의 목소리를 떠올리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김치를 정리하는 모습을 들려주며 쓸쓸한 나날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2장은 회상과 성찰 담아냈다. 마누라하고 걸을 땐 좀 느긋하라는 투덜거림을 떠올리며 뒷모습만 보여주던 나날들을 후회하기도 하고, 아내가 심어놓은 찔레꽃을 보며 조금은 안정을 찾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회상은 깨달음에 다다른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내가 없어도 뜨끔거리는 통증을 견디며 지하철 계단을 올라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고백과 함께 아내가 자신의 삶을 부드럽게 이어주던 ‘연골’과도 같은 존재였다고 깨달음을 얻는다. 이어 살다 보니 살아지더란 고백으로 도서는 끝을 맺는다.

도서 ‘그녀를 그리다’의 박상천 저자는 전남 여수 출생으로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한국시협상, 한국시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활동과 함께 한양대학교 국어국문과·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문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편, 책을 출간한 나무발전소 관계자는 “책에 수록된 시는 시인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며 “소중한 사람을 읽고 어둠 속의 시간을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출간 의도를 밝혔다.

◆ 박상천 지음│128*205mm│112쪽│나무발전소│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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