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 추억과 행복을 촘촘히 마주해 안아주는 꿈처럼 아름다운 영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1일 개봉하는 '당신얼굴 앞에서'는 제74회 칸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홍상수 감독이 제작·각본·감독·촬영·편집·음악을 담당한 작품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옥(이혜영)은 동생 정옥(조윤희)이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신이 돼지처럼 배가 나왔다고 투덜거리는 언니 상옥에게 정옥은 어이가 없다는 듯 너무 말랐다며 핀잔을 준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미국에서 귀국한 상옥은 동생 집에서 잠시 머물고 있었다. 그녀는 단출한 짐짝 안에서 구겨진 코트를 꺼내 든다. 외출 준비를 하며 상옥은 신에게 기도한다. 고통 없고 편안한 일상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강변에서 마시는 커피 맛을 연신 칭찬하는 상옥. 정옥은 그런 언니가 다시 한국에서 살기를 바라면서 옛날이야기를 꺼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홀연히 남자를 따라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던 언니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여태 담아두었던 서운한 감정이 스며 나온다.

롱테이크 촬영된 이 대화 장면에서 두 사람은 각자 화면 양 끝에 떨어져 앉아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자매는 서로를 잘 모르고 지내왔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 이 거리감은 공원을 거닐고 사진을 찍고 담배를 피우며 일상에서 서서히 좁혀지고 정리된다. 상옥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이들 덕분에 아직은 동생의 자랑거리로 남아있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빵과 커피보다는 떡볶이에 열중하던 상옥은 오랜만에 만난 유일한 조카 승원(신석호)을 안아준다. 어릴 적 살던 집에 불쑥 찾아가 이제는 너무나 작아진 정원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상옥은 마음속 무거운 기억 대신 자기 얼굴 앞을 보게 해달라 기원한다. 낡은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여배우는 이번에는 어린 시절 자신인 양 작은 소녀를 꼭 안아준다.

상옥은 영화를 같이 하자고 몇 번인가 연락해왔던 중견 감독 재원(권해효)을 만난다. 재원은 어릴 적 동경하던 여배우가 자신의 영화를 칭찬하자 웃는다. 재원도 상옥의 연기에 흠뻑 빠졌던 대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녀를 웃게 한다.

특별한 기억을 안겨준 여배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재원은 감회가 새롭다. 상옥도 자신의 전성기를 기억해주는 연하 감독이 싫지만은 않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감정에 복받친 감독이 옆에서 상옥은 기타를 서툴게 연주한다. 다음날 하루하루가 소중한 상옥은 어제의 술과 담배를 함께 한 시간이 무의미했음을 깨닫는다. 너무 순수해 축복받았다는 말, 내일이라도 단편 영화를 만들자는 말 그리고 은밀한 대화에 마음이 부풀었던 자신을 두고 숨이 넘어가도록 웃는다.

상옥은 다시 정옥을 본다. 얼굴 앞에 숨겨진 천국, 예전에 봤던 죽음 앞에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순간부터 추억과 행복을 촘촘히 마주해 안아주고 남아있는 매 순간을 날것으로 음미해온 상옥. 그녀는 이미 완성된 완전한 행복을 마주하고 있었다. 자유로워진 그녀는 비로소 연어처럼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미니멀리즘은 이번에도 먹먹함을 던진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고 웃어도 기쁘지 않다. 그래도 꿈처럼 아름답다.

◆ 제목: 당신얼굴 앞에서(영제: IN FRONT OF YOUR FACE)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 타임: 85분

◆ 개봉일: 10월 21일

◆ 제작·각본·감독·촬영·편집·음악: 홍상수/제작 실장: 김민희/출연: 이혜영, 조윤희, 권해효/제작: 영화제작전원사/배급: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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