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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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투자 축소

-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3곳, 6조7,000억↓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의 해외투자 규모가 올해 들어 7조원 가까이 줄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내년부터 도입될 새 회계제도 도입에 대비해 보수적 운용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확산될 초기엔 유동성 확대 기조에 따라 저금리 상황이 이어졌고, 해외투자가 활기를 띄기도 했지만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다양한 이유들 중 환율 변동성 확대는 생보사들의 해외투자를 주춤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에 따라 환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달러강세가 이어질 경우 생보사 입장에선 해외채권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위험관리를 위한 헤지 비용 증가로 해외투자 보폭을 줄일 수밖에 없다.

1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국내 23곳 생보사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은 총 92조5,1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다. 액수로 따지면 6조7,082억원 줄어든 것으로, 2018년 7월 말(91조6,653억원) 이후 최소치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한화생명의 외화 유가증권 보유량이 15조2,3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4% 감소했다. 교보생명의 해당 금액도 15조2,812억원으로 13.8% 줄었다. 3대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의 외화 유가증권 자산만 19조364억원으로 다소(0.8%) 늘었지만,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 금리인상 물결, 생보사 해외투자 ‘난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오는 9월에도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강세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생보사 입장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는 해외 투자 시 환율 등락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통화 파생상품인 통화선도나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 장단기 헤지(hedge)리스크를 관리한다. 이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예정돼, 대부분 원화 부채를 쌓고 있는 보험사들이 해외채권 비중을 급격히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에는 듀레이션 관리 등을 위한 장기채 확보가 쉽지 않아 해외에서 이를 충당하려는 수요가 컸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환위험에 따른 변동성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면서, 보험금 적립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된다”면서 “생보사들이 투자 수익률 끌어올리기에 골몰해 온 이유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외화유가증권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답이 아닌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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