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협회, 2022년 7대 통상뉴스와 2023년 통상환경 전망 발표

[SRT(에스알 타임스) 이승열 기자] 올해 미-중 무역갈등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주요국들의 보조금 경쟁이 심화되는 등 무역장벽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탄소 통상’과 ‘데이터 통상’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는 2023년 첫번째 통상리포트 ‘2022년 7대 통상뉴스와 2023년 통상환경 전망’을 6일 발표했다. 

무협은 지난 2022년 국내 통상환경을 둘러싼 7대 뉴스를 먼저 뽑았다. 7대 뉴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서방의 수출통제조치 확산 ▲미-중 갈등 속 시진핑 3기 개막과 미 중간선거 ▲미국의 역내공급망 구축 본격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 개시 ▲탄소무역장벽 가시화 ▲노동·인권의 통상의제화 ▲디지털통상 시대 개막 등이었다. 

보고서는 2022년에 대두된 이슈들이 2023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중 갈등 ▲미래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간 보조금 경쟁 격화 ▲경제안보 우선의 무역협정 추진 가속화 ▲기후변화(탄소) 통상시대 본격화의 원년 ▲무역제한조치 확산의 중심에 선 노동·인권 ▲전자상거래를 넘어 데이터통상 시대로 ▲타깃(target)형 수입규제 조치 시행 등 7개 주제로 2023년 통상환경을 전망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무협은 올해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인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면서 대중국 강경기조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초당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중국 견제 법안이 논의될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시진핑 정부도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불안정한 대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무협은 올해 주요국들이 탈탄소 경제 전환, 에너지 위기 대응 속에서 자국의 핵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보조금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봤다. 

예컨대 미국은 대규모 예산과 인센티브를 허용하는 3개 대형 법안(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잇달아 제정하면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현실화할 법적 기반을 구축했다. EU도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에 따라 친환경차 등에 향후 10년간 1조유로의 재정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공급망 내재화, 기후변화 대응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시행한다. 

기후변화(탄소) 통상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무협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시범 시행(2023년 10월)과 맞물려 탄소 통상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EU는 역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감축하고 기후 대응 목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무역 상대국들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 제도를 시행한다.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EU 집행위, 의회, 이사회 3자협의에서는 기존 집행위 초안에서 제시된 5개 품목(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에 수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EU의 CBAM 도입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는 우리 기업의 산업경쟁력을 보완해줄 수 있도록 배출권거래제 상 유상할당을 무상할당으로 전환하거나 수출 리베이트 제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무협은 노동 및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수입 규제와 제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을 모두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고 가정하고 수입을 금지한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이 대표적이다. EU 역시 강제노동제품의 수입을 차단하는 ‘강제노동 생산품 수입금지법안’의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에 무협은 앞으로 기업별 공급망 관리에서 ‘컴플라이언스’ 또는 ‘거버넌스’ 이슈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도 무협은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이 급증함에 따라 디지털통상 규범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이 싱가포르와 체결한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이 대표적이다. 

디지털통상 규범은 현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현지에서 저장·처리하도록 하는 데이터 현지화 조치와 국경 간 데이터 이동에 관한 규제를 뜻한다. 이는 국가안보, 개인정보 보호의 목적 외에도 해외 경쟁기업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비관세장벽으로도 작용한다. 

무협은 “국가 간 데이터 이동에 관해 국가별로 상이한 규범과 규제가 디지털전환 가속화에 따른 비즈니스 애로사항으로 지목받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근 미국, 중국, EU 등은 디지털 전환, 그린 전환을 앞세워 반도체, 전기동력차, 배터리 등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산업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제도 마련 단계부터 우리의 이익 반영을 위한 협상 노력을 적극 전개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해 외국과 동등한 경쟁 여건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국내 시설이나 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확대 등 보조금 제공을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이 점에서 최근 우리 정부의 대기업 25%, 중소기업 35%에 이르는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는 불가피하며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면서 “국회는 신속한 입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기업의 해외 이탈은 가속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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