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관’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회장 후보군에 포함시키면서 ‘관치(官治)’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임 전 위원장도 우리금융 수장자리에 도전할 것임을 밝히면서 논란이 한 층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던 손태승 현 회장이 용퇴의사를 내비치면서 혼돈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그간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게 물러나도록 종용한 것들이 ‘공작(工作)’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의 눈초리가 짙어지고 있다.

금융그룹의 회장직은 발밑에 둔 계열사의 경영전략을 총괄하고 새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자리는 소위 백(background)이 좀 있고, 정부에서 일 좀 했다는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넘보는 그저 그런 자리로 전락했다. 금융그룹사를 비롯해 은행권(우리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기업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 등) 전반에 관치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왜 ‘관피아’가 우리금융을 들썩여 놓는가.

우리금융이 금융그룹사로 재출범한 지 4년이 지났다. 우리금융은 2019년 1월 은행과 카드 등 6개 자회사로 출범했는데 지난 4년간 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 캐피탈,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NPL투자전문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를 설립하며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2021년 말엔 완전민영화 숙원을 풀었다.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정부 지분을 해소함으로써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재무적 성과도 급성장했다. 출범 첫해 2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순이익은 3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선 리스크 관리와 본업 경쟁력 강화, 비은행 확장 등 체급을 키우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전략은 비은행 부문의 양적·질적 성장이다. 자회사 핵심사업의 시장 지위를 높여 수익기반을 강화하고, 증권·보험·VC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러한 경영전략은 외부 출신 인사도 추진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부족한 것은 채우고 관리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익이 발생할 경우 주주에게 적절한 배당을 해주고 내부 임직원을 독려하기 위한 인사제도와 임금체계만 손질하면 순조로운 항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는다. 임 전 위원장 같은 외부 인사가 나서야하는지 재차 자문(自問)할 수밖에 없다. 임 전 위원장은 지난 2016년 금융위원회 수장으로서 정부 소유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진두지휘했다. 자율경영 확립 중요성을 피력하며 민영화 이후 정부 불개입을 약속한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레이스에 동참하는 건 ‘내로남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수장직을 맡기 위해선 최우선하는 역량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조직을 통합하기 위한 소통 능력이다. 우리금융 노조는 지난 19일 임 전 위원장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갈 길이 먼 우리금융에 분열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구멍가게 만한 기업도 사람이 바뀌면 달라진다. 심기일전(心機一轉·어떤 동기가 있어 이제까지 가졌던 마음가짐을 버리고 완전히 달라짐). 이걸 하라고 임추위가 존재하고 새 수장을 뽑는 절차를 거친 뒤 주주총회에서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굳이 외부 인물을 거론해서 임추위 스스로 우리금융의 분열을 자초하는지 의문이다. 우리금융 임직원과 작은 돈이나마 투자한 소액 주주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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