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한 창구 ⓒKBS뉴스화면 캡쳐
▲시중은행 한 창구 ⓒKBS뉴스화면 캡쳐

- 8월말 정기예금 잔액 628조6,202억 원

- 7월 말 보다 9,547억 원 ‘증가’

- 지난 4개월 간 25조 이탈, ‘증가세’ 전환

[SR(에스알)타임스 전근홍 기자] 시중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새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5개월 만의 증가세로 돌아선 것인데, 0%대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 비중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례적 현상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양상을 보이면서 일정기간 돈을 묶어두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지만 현금성 자산인 요구불예금의 증가량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 완전한 증가세 전환은 어렵단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에선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상태에서 급격한 고객 유입이 어렵단 판단에 예·적금 상품의 중도해지 이자율까지 조정하고 있다. 중도해지 이자는 만기 전에 해지할 경우 적용되는 금리로 약속된 이율보다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예·적금 금리가 0%대로 낮아진 가운데 중도해지 금리를 낮추지 않을 경우 역마진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실상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차선책을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28조6,202억 원으로 집계 됐다. 이는 7월 말 보다 약 0.2%(9,547억 원) 늘어난 액수다.

올해 들어 월별 증감 추이를 보면 조사대상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3월 652조3,277억 원 고점을 기록한 이후 전달 대비 4월엔 -2조7,079억 원, 5월 -5조8,499억 원, 6월 -10조6,785억 원, 7월 -5조4,259억 원 등 4개월에 걸쳐 25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8월 들어서 정기예금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현금성 자산인 요구불예금의 증가량이 더 가파른 편이다. 요구불예금은 자유입출식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언제든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11조4,916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2.6%(15조2,984억 원) 증가했다. 은행 요구불예금은 올 들어 지난 4월(-1조4,000억 원)을 제외하고 매달 순증하고 있다. 5월부터 8월 말까지 4개월 동안에만 91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약 56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러한 추세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예·적금 등 수신 상품의 중도해지 이율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부터 일반정기예금 등 거치식 상품 11종과 KB마이핏적금 등 적립식 상품 32종 등 수신 상품의 중도해지이율을 내렸다. 만기 1개월~3개월 상품의 초저금리는 0.3%에서 0.1%로, 3개월~6개월은 0.5%에서 0.1%, 6개월 이상은 0.5%에서 0.2%로 각각 하락했다.

하나은행도 7월부터 청년희망키움통장과 희망키움통장Ⅱ의 1개월 미만 중도해지이율을 기존 0.2%에서 0.1%로, 1개월 이상~3개월 미만은 0.3%에서 0.15%로 각각 내렸다. 또한 기존에 3개월 이상~ 1년 미만 0.8%의 중도해지 금리를 적용하던 것을 3개월 이상~6개월 미만으로 변경하고 금리도 0.2%로 떨어뜨렸다.

농협은행은 오는 10월에 수신 상품의 중도해지 이율을 하향 조정한다. 중도해지이율은 예치기간별로 상이한테 일제히 최저금리가 0.1%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예금을 3개월 만에 찾을 때 기존엔 중도해지 금리가 0.2%였지만 0.1%로 낮아진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기성 자산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일정기간 묶어두는 정기예금 잔액이 늘었더라도 자유롭게 요구불예금이 늘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중도해지 이자율까지 조정에 나선 것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한 방편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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