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릭스’·‘인셉션’의 러시아판 영화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어느 날 ‘빅터’(리날 무하메토프)는 사물과 건물은 물론이고 사람까지 불완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공간과 중력이 뒤틀린 알 수 없는 세계에서 깨어난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묘하고 악몽 같은 세계에서 빅터는 갑자기 ‘리퍼’라고 불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쫓기게 되는 위기를 맞이하고 ‘팬텀’(안톤 팜부쉬니)이 이끄는 무리에게 구출된다.
그곳에서 만난 ‘플라이’(리우보프 악세노바)는 빅터에게 그의 현실 속 육체는 코마 상태에 빠져 정신만이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이 무의식의 공간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곳에 온 사람들을 이끄는 지도자 '얀'(콘스탄틴 라브로넨코)은 리퍼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인 어떤 섬으로 사람들을 데려가기 위해 특별한 능력이 있는 선택받은 자를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얀은 팬텀이 월등한 힘을 가진 전사적 능력을, 그리고 플라이가 상처를 치유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듯이 빅터에게도 숨겨진 어떤 뛰어난 능력이 있길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도 건축가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빅터는 테스트에서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팬텀은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두고 있던 플라이와 교감하려는 빅터를 고깝게 여겨왔기에 아무런 힘이 없어보이는 그를 더욱 무시한다. 결국 단순 노동인력으로 전락하게 된 빅터는 리퍼와 싸울 무기를 만들기 위해 폭탄을 확보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이 임무에서 동행한 일행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궁지에 몰린 빅터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아주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 코마의 세계가 더 매력적인 이들의 선택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코마(원제: Koma)'가 그려내는 무의식 세계는 신경세포 뉴런처럼 거미줄 같은 구조물로 얽혀 있는 곳이다. 뇌사상태에서 빠진 인간의 정신이 머무는 공간으로,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코마 상태의 다른 사람들이 기억해 내는 사물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에서의 하루가 코마에서는 몇 달에 해당할 정도로 시간의 흐름도 다르다. 생명유지장치만 잘 작동해준다면 천년도 살 수 있고,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는 초인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더구나 코마의 세계에는 과거의 기억이라는 무거운 짐이 없기에 완전한 새 인생의 출발이 가능하다. 무엇이든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지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세계라는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래서 실제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하거나 불행했던 이들은 희망 없는 현실보다는 코마의 세상을 도피처로 택하기도 한다.
영화는 가상공간 속 인류를 다룬 ‘매트릭스’(1999)와 꿈속의 세계에 잠입하는 ‘인셉션’(2010)을 섞어 놓은 듯한 설정이지만 나름대로 흥미있는 플롯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는 CG로 구현하는 시각효과다. 완성도 면에서는 대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들과 비교하기 어렵지만, 독특한 영화의 세계관 구현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강하고 뚜렷한 인상을 줄 만한 오락성 높은 액션연출이 부족해 보이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수촬영 감독 출신인 니키타 아르구노프의 영화 ‘코마’는 ‘어트랙션'(2017), ‘인베이젼2020'(2019) 등 최근 러시아 SF영화들 특유의 특징적 연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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