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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영화 ‘운디네’ 리뷰-'비극적 사랑의 동화'에 대한 현대적 해석

기사승인 2020.12.24  11: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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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디네. ⓒ엠엔엠인터내셔널

-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 ‘바바라’, ‘피닉스’, ‘트랜짓’에 이은 또 하나의 슬픈 사랑 이야기

[SR(에스알)타임스 심우진 기자] 독일 문학 속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 운디네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가련한 존재다. 운디네는 판타지 문학에도 영향을 준 15세기 연금술사 파라첼수스의 저서에서 처음 등장한다. 여기서 물, 불, 흙, 공기 네 가지 원소에 깃들어 있는 정령들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중에 물의 정령이 운디네다.

설화 속 정령들은 긴 수명을 가지고 있는 대신 영혼을 가지지 못해 천국에 갈 수 없고 죽으면 사라지는 존재로 설정돼 있다. 운디네는 정령 중에 인간에 가장 가까운 욕망을 품고 있으며 인간과 결혼하면 영혼을 얻는다. 그래서 인간을 만나 사랑을 이루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했고 이를 모티브로 창작된 동화가 독일 작가 푸케의 ‘운디네’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잉게보르크 바흐만이 1961년 발표한 산문집 ‘삼십세’(문예출판사) 중 마지막에 수록된 단편 ‘운디네 가다’를 통해 다뤘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이러한 동화적 이야기를 영화 ‘운디네(원제: Undine)’에서 18세기 궁전을 본뜬 21세기의 미술관 건물처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베를린을 배경으로 새롭게 라파인해 선보인다.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운디네. ⓒ엠엔엠인터내셔널

◆ 떠나는 애인에게 죽음을 경고하는 '운디네'

‘운디네’(파울라 베어)는 연인 ‘요하네스’(야콥 맛쉔츠)의 시선을 외면한다. 그녀는 그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당황해하며 잠시 현실을 부정해 본다. 하지만 요하네스는 오직 이 난처한 상황에서 가능한 빨리 끝내고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듯 시종일관 불편한 기색만 보일 뿐이다.

운디네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던 요하네스가 자신의 눈물을 본체만체하며 떠나려 하자 그에게 죽음을 경고한다. 운디네는 요하네스에게 자기 일이 끝날 때까지 카페에서 기다리다가 꼭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는 당부를 남기고 일터인 옆 건물 박물관으로 향한다.

도시역사학자로서 박물관 관광 가이드 일을 하는 그녀는 복잡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낯선 관광객들 앞에서 베를린의 역사를 설명한다. 일을 마치자마자 요하네스가 남아있길 바라며 카페로 가보지만 이미 그는 떠난 뒤였다. 이제 배신한 남자 요하네스를 찾아내 복수하고 물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 영혼을 얻지 못한 정령 운디네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때 갑자기 불쑥 나타난 산업 잠수부 '크리스토프'(프란츠 로고스키)와의 만남은 운디네의 운명을 바꿔 놓는다.

▲운디네. ⓒ엠엔엠인터내셔널

◆ 운디네를 사랑하는 남자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운디네의 강의를 잘 들었다며 그녀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마주치지 못한 처음 보는 얼굴의 인물이다. 이 첫 만남은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하는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장면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전작 ‘트랜짓’에서 같은 배우들이 연기했던 ‘게오르크’와 ‘마리’의 만남을 연상하게 한다. ‘트랜짓’에서는 남편을 찾던 마리가 낯선 남자 게오르크에게 실수로 다가갔었다면, 이번에는 연인을 찾는 운디네에게 크리스토프가 다가간다.

운디네와 크리스토프는 급격하게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함께 호수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한다. 물속에서 뭔가 발견한 크리스토프가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운디네는 사라지고 이내 그녀는 정신을 잃는 상태로 발견된다. 크리스토프가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하자 운디네는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자연스럽게 눈을 뜬다.

운디네를 사랑하게 된 남자는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고 그녀 곁을 떠난다.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달랐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운디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그는 그녀의 딱딱한 강의도 자청해서 들을 정도로 연인의 모든 것에 대해 강한 애정을 보여준다.

▲운디네. ⓒ엠엔엠인터내셔널

◆ 동화 속 비극적 사랑을 다룬 영화

어느 날 운디네는 크리스토프를 기차역으로 배웅하는 길에 우연히 옛 연인 요하네스와 마주치면서 잠시 동요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잘해보자며 접근해오는 요하네스에게 운디네는 매몰차게 등을 돌린다.  

한편 호수에서의 일 이후로 더 비지스(The Bee Gees)의 '스테잉 얼라이브(Staying Alive)'를 즐겨 듣게 된 운디네에게 크리스토프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크리스토프는 평소와 달리 격양된 목소리로 그녀에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요하네스와 우연히 마주쳤던 그 순간의 운디네 마음속을 모두 꿰뚫어 본 듯 그녀를 추궁하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이후로 크리스토프와의 연락이 뚝 끊기자 운디네는 그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운디네. ⓒ엠엔엠인터내셔널

영화 ‘운디네’는 ‘바바라’, ‘피닉스’, ‘트랜짓’ 등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전작들처럼 어긋나거나 비극적으로 끝나는 형태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이 영화와 관련해 “베를린이라는 자신의 역사를 계속 지워나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삼았다”며 “베를린의 파괴된 과거와 더불어 아직 진흙 속에 남아있는 설화와 전설들이 운디네 이야기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이 설화들 속에 등장하는 물의 정령 운디네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창작자들에 의해 완전하지 못한 결핍을 내포한 존재로 설정됐고,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게 됐다. 그래서 가장 사랑과 행복을 누려야 할 순간에 가장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이는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인어공주가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차마 찌르지 못하고 스스로 물거품이 되려고 했다면 이와 달리 운디네는 저주의 운명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면서도 조금은 이야기를 다르게 각색해 영화 속 운디네의 사랑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죽음을 초월하는 내용을 담는다.

영화 ‘운디네’는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이 동화 속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완성한 수작으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인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운디네. ⓒ엠엔엠인터내셔널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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