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새롭게 완성된 디즈니 최고의 빌런 ‘크루엘라’ 더 비기닝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6일 개봉한 영화 ‘크루엘라’(원제: Cruella,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는 크루엘라의 시그니처 색상을 적용한 흑백 신데렐라 성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이 작품은 도디 스미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고전 명작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1961)에 등장하는 잔인하고 표독스러운 빌런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을 담아낸 스핀오프 영화다.

‘크루엘라’는 원작에 끼워 맞춰 완성해 나가는 단순한 외전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디즈니 빌런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크루엘라가 소녀 에스텔라에서 최고의 악당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다룬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에 따라 ‘명견 래시’나 ‘벤지’처럼 동물 배우 중심의 가족영화인 전작들의 분위기를 완전히 일신해 악녀 크루엘라를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60·70년대로 잡아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낸 후 그 안에서 크루엘라의 광기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낸다.

(이 리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헤어 스타일을 가지고 태어난 에스텔라(엠마 스톤)은 어릴 때부터 남다른 패션 디자인 감각을 보이며 타고난 천재성을 드러낸다. 천재가 되기 위해서는 천재로 키워져야 했고 다행스럽게도 자상하고 선한 엄마 캐서린(애밀리 비샴)은 에스텔라의 훌륭한 양육자였다.

그러나 에스텔라 내면에는 매우 위협적인 또 다른 인격 크루엘라가 존재했다. 캐서린은 그런 에스텔라가 잔인한 자아를 스스로 억누를 수 있도록 가르친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인생의 길잡이이자 친구 같았던 엄마가 불행한 사고에 휘말리면서 에스텔라는 한순간에 고아로 전락해버린다. 엄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에스텔라는 깊은 슬픔과 죄책감을 안은 채 거리로 내몰린다.

오갈 곳 없던 그녀는 런던 뒷골목의 좀도둑 재스퍼(조엘 프라이)와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를 만나면서 그들과 새로운 가족관계를 형성한다. 기존 작품들에서 재스퍼와 호레이스는 그저 크루엘라의 하수인에 불과한 머리가 모자란 악당쯤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개성 있는 조력자로서 캐릭터 위치가 격상됐다. 에스텔라는 타고난 디자인 실력을 발휘해 변장에 능한 삼인조 소매치기단의 일원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간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러던 에스텔라는 성인으로 성장한 후 동경해왔던 런던의 고급 백화점 리버티에서 신입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녀의 천재적 패션 디자이너 재능이 낭비되는 것이 아까웠던 재스퍼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러나 에스텔라가 원하는 패션 디자이너의 꿈은 멀기만 했다. 백화점 관리자가 마치 신데렐라 대하듯 궂은일만 맡기는 통에 좀처럼 재능을 살릴 기회는 오지 않는다.

호박을 마차로 만들어줄 요정 대모가 없었던 에스텔라지만 유리구두 대신 유리병을 들고 가망 없는 현실의 벽을 깬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 천재성을 발휘해 기회를 쟁취한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에스텔라는 마침내 영국 최고의 패션 브랜드 '하우스 오브 바로네스'의 디자이너로 발탁되면서 남작부인(엠마 톰슨)을 만나게 된다. 소매치기 고아에서 최고급 브랜드 패션 디자이너로 신분 상승을 이룬 에스텔라는 이제 거침없이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패션계의 독재자 남작부인은 에스텔라의 재능을 인정하는 한편 그녀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자기 것인 양 가로챈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에스텔라는 남작부인이 감추고 있던 추악하고도 잔인한 진실을 알아내고는 큰 충격에 빠진다.

이제 에스텔라는 자신 안에 봉인해뒀던 악녀 크루엘라를 부활시키고 남작부인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한 계획을 실행한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 세련된 ‘케이퍼 무비’와 흥미진진한 ‘막장 가족 드라마’ 동시 상영

영화 ‘크루엘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나디아 스테이시와 의상 디자이너 제니 비번의 참여로 패션쇼 이상의 화려함을 갖춘 매혹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천재 디자이너 에스텔라와 광적인 악녀 크루엘라라는 두 인격을 오가며 연기하는 엠마 스톤의 캐릭터 변신은 분장과 의상을 통해 명확하게 구분·강조된다.

이는 하우스 오브 바로네스를 여왕처럼 지배하는 사이코패스 남작부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덕분에 두 캐릭터를 각각 35mm와 65mm 카메라를 나눠 촬영한 기법과 맞물려 이들의 대결 구도는 한층 극명한 대비와 선예도를 자랑하는 비주얼로 승화됐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독특한 크루엘라의 이모 패션이 시각적 흥미를 유발한다면 펑크 록을 비롯해 주요 플롯 전환마다 등장하는 60·70년대를 풍미한 최고 뮤지션이 만들어낸 명곡들은 귀를 즐겁게 한다.

에스텔라의 리버티 백화점 입성에는 Zombies의 ‘Time Of The Season’, 술기운에 재능을 뽐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하는 장면에는 Nancy Sinatra의 ‘These Boots Are Made for Walkin’’, 하우스 오브 바로네스의 디자이너로 발탁되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는 장면에서는 Nina Simone의 ‘Feeling Good’으로 그녀를 축하한다.

크루엘라의 첫 패션계 데뷔 장면에는 Deep Purple의 ‘Hush’이 사용되며 모략에 빠져 모든 것을 잃는 위기의 주마등 장면에서는 Judy Garland의 ‘Smile’이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The Beatles의 블루스 명곡 ‘Come together’이 Ike & Tina Turner 버전으로 삽입됐으며, Bee Gees, Doors, Queen의 곡들도 사운드트랙으로 수록됐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영리하게 짜놓은 완성도 높은 각본에 있다. 케이퍼 무비의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제시하듯 서스펜스 넘치는 액션 플롯을 펼쳐진다. 여기에 더해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 그리고 반전과 복수의 요소까지 두루 갖춰 2시간 13분 동안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나다.

달마시안의 점박이 무늬에 광적으로 집착하던 디즈니 빌런 크루엘라는 단독 주인공 보정 덕분인지 원작과 달리 동물 학대의 선은 넘지 않는다. 원작에서는 백인이었던 에스텔라의 동창 아니타 달링(커비 하월 바티스트)은 흑인 기자 캐릭터로 변경됐다.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크루엘라가 DC 유니버스의 조커처럼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확장하는 후속편을 이어나가길 기대해 본다.

▲크루엘라.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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