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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SR컬처] 숲속 두 소녀가 간직한 비밀...영화 '쁘띠 마망' 리뷰

기사승인 2021.09.19  19: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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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마망. ⓒ찬란

- 삶과 죽음, 모성에 대한 경외와 세대 간 연대 담은 72분의 동화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오는 10월 7일 개봉하는 '쁘띠 마망'은 한 소녀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의 고향 집에 머무르게 되면서 그곳에서 또래 친구를 만나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내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이 리뷰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8살 넬리(조세핀 산스)는 노인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 중이다.

크로스 워드를 유난히 잘하는 넬리는 부모님을 따라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요양원에 와있다. 넬리는 방 정리하는 엄마에게 외할머니 지팡이를 가져도 되는지 묻는다. 조용한 목소리로 허락하는 엄마의 뒷모습에는 상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넬리는 유품 정리를 하려는 부모님을 따라 외할머니집에 도착한다. 이 집에 살았던 엄마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물어보는 넬리. 아주 자세히 듣고 싶지만, 엄마는 짧게 대답한다.

▲쁘띠 마망. ⓒ찬란

외할머니 집 현관문은 밝고 산뜻한 딥 스카이 블루 색이다. 문을 연 넬리는 차가운 바깥 공기에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인디고 색 점퍼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이 찔러 넣는다. 좁은 뒷길을 지나 알록달록 단풍 내린 숲 안쪽으로 마냥 걸어 들어가는 넬리. 발자국마다 낙엽이 서걱서걱 소리 낸다.

외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넬리는 엄마의 슬픔에 공감한다. 죽음의 순간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리지만 넬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잘 가요"라는 넬리의 마지막 인사는 엄마가 대신 받아 "잘 있어"라고 답해준다.

넬리는 벽장 안에서 패들볼을 찾아낸다. 아마도 엄마는 이걸 마당에서 혼자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몇 번 쳤을 뿐이지만 고무줄이 삭은 탓에 공은 멀리 숲속으로 날아가 버린다. 외할머니와의 이별을 겪은 넬리는 먼저 돌아간 엄마도 어쩐지 공처럼 멀리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불안하다.

▲쁘띠 마망. ⓒ찬란

◆ 넬리, 마리옹을 만나다

8살 마리옹(가브리엘 산스)은 곧 있을 다리 수술이 너무 무섭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는다. 몸이 불편한 엄마가 슬퍼하기 때문이다. 병원 가기 전에 마리옹은 숲속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기로 한다.

체리 색 점퍼를 입은 마리옹은 숲에서 나뭇가지를 모으다 또래 아이를 만난다. 잃어버린 공을 찾고 있던 넬리다. 둘은 함께 오두막을 짓다가 소나기가 내리자 힘껏 내달리기 시작한다. 넬리는 마리옹 뒤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간다.

▲쁘띠 마망. ⓒ찬란

코발트블루 빛깔 타일 욕실 안에서 두 소녀는 머리를 말린다.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에 코코아 가루 뭉쳐 먹는 걸 좋아하는 마리옹. 넬리는 '이웃의 마리옹'과의 짧은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둘은 금세 절친이 된다.

오두막이 완성되던 날, 넬리는 마리옹에게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자기가 알게 된 사실을 고백한다. 그것은 둘만의 마법 같은 비밀이었다.

▲쁘띠 마망. ⓒ찬란

◆ 셀린 시아마 감독...탐미적 연출 재능 도드라진 작품

이 영화를 연출한 셀린 시아마 감독은 '워터 릴리스'(2007)로 데뷔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화에 대해 셀린 시아마 감독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월드 투어 당시, 요양원에서 할머니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소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며 "어린 시절 자신의 부모를 만나는 상상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상상이다.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상을, 나의 연출로 자유롭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쁘띠 마망. ⓒ찬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미래의 미라이'(2019),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처럼 어린 시절의 형제자매나 부모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은 언제나 흥미롭다. 사진 혹은 영상으로만 남아있는 가족의 어린 시절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 안에서는 시간여행이나 타임 패러독스 같은 복잡한 이야기가 조금도 논의되지 않는다. 오직 넬리와 마리옹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이웃의 토토로'(1988) 사츠키와 메이처럼 신비롭고 마법 같은 숲길을 지날 뿐이다. 그렇게 넬리가 '쁘띠 마망' 마리옹을 만나는 이 판타지는 어떠한 의문도 없이 동화처럼 수용된다.

▲쁘띠 마망. ⓒ찬란

현재 세계의 외할머니 집은 모녀가 오랜 시간 함께하며 머물렀던 삶의 기억이 정리되고 버려지면서 점점 텅 비어 간다. 하지만 넬리가 도착한 과거 시점, 같은 공간에는 숨겨진 벽지나 주인 잃은 지팡이가 없다. 그곳에는 온기 넘치는 삶이 가득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등장했던 남성들처럼 이 작품에서도 남자인 넬리의 아빠는 그들 세계 밖에 머문다. 오직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딸, 탯줄에서 탯줄로 이어지는 모성의 연대(連帶)를 조명한다.

▲쁘띠 마망. ⓒ찬란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두 소녀는 마치 친자매처럼 어울려 뛰어논다. 그리고 탯줄의 길을 잇는 멋진 오두막 앞에서 쌍둥이처럼 닮은 둘은 어깨를 감싼다. 태고에서부터 이어진 모성과 생명의 시작점, 자궁에 대한 경외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넬리도 언젠가는 딸이 주는 과자를 먹고, 함께 옛날 자신의 노트를 들추고, 그녀의 이름이 친구처럼 불릴 날이 올지 모른다.

완벽한 구도의 포스터 같은 영화 타이틀 장면과 함께 시작하는 이 작품의 미술과 사운드는 섬세하고 우아하다. 셀린 시아마 감독 고유의 미장센과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탐미적 연출 재능은 관객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이 영화의 인상적인 결말과 감성을 일깨우는 강한 여운은 극장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 제목: '쁘띠 마망'(원제: Petite Maman)

◆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 러닝타임: 72분

◆ 개봉일: 10월 7일

◆ 감독: 셀린 시아마/출연: 조세핀 산스, 가브리엘 산스/수입·배급: 찬란/공동제공: 소지섭, 51k

▲쁘띠 마망. ⓒ찬란

심우진 기자 site21@daum.net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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