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돌도 십 년을 보고 있으면 구멍이 뚫린다” 용산 일대 옛길의 단절된 구간 회복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2022년 5월부터 지난 1년간 국내에는 굵직한 사회적 이슈가 많다. 그간 김영삼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든 대통령의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공약(空約)이 되었다. 하지만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취임 직전인 3월에 용산 국방부 청사를 재정비하여 새로운 집무실로 조성하고, 북악산 아래 청와대는 국민의 공간으로 개방하겠다는 내용을 국민에게 직접 발표하고 설명했다. 이 발표는 곧바로 실행되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첫 출근지는 용산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용산공원 조성사업의 시간표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용산미군기지에 있었던 주요 미8군사령부가 2017년 평택기지로 이전을 시작으로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 청사도 폐쇄되었다. 주요 사령부 이전을 시작으로 국방부의 용산기지이전사업(YRP사업)도 종결되면서, 기지 내에는 사용이 중단된 건물들이 속출했다. 곧바로 한·미간 부지반환 절차가 이루어지면서 용산미군기지 부분반환 지역이 발표되었고, 군사시설 지역으로 출입이 어려웠던 미군기지가 이제는 국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조선시대 옛 용산(오늘날 효창공원)~남산(목멱산) 일대 도시모형/서울시립대학교 소장ⓒ김홍렬
▲조선시대 옛 용산(오늘날 효창공원)~남산(목멱산) 일대 도시모형/서울시립대학교 소장ⓒ김홍렬

2018년 당시 용산기지 반환 절차 과정에 있었던 한강로1가에 위치한 캠프킴 부지 내 ‘용산공원 갤러리’ 조성·운영하면서 개방했던 것과 다른 의미를 가진 곳이 2020년 용산 ‘미군장교숙소 5단지’ 개방이었다. 두 부지의 개방이 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캠프킴 부지는 미군으로부터 반환이 되면 민간에게 매각되어 복합시설 용도의 건물들이 세워질 계획이 있는 곳인 반면, 서빙고역 앞 ‘미군장교숙소 5단지’는 용산공원 조성예정지역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장교숙소5단지 개방으로 먼 미래에 향유할 수 있는 공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현재의 ‘용산공원 조성’을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부지를 통해서는 ‘용산공원’이 ‘치욕’과 ‘아픔’이라는 수식어와 연결되었던 기존과는 달리 젊은 연령대들의 ‘사진 명소’가 되어 SNS 공간을 뜨겁게 달구면서, 새로운 문화를 생성할는 곳으로서 ‘희망’, ‘기회’ 등의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2020년 서빙고역 앞 ‘미군장교숙소5단지’에 이어, 2022년 용산미군기지 본체부지가 개방되었다. 지난해 개방된 옛 용산미군기지 14번 출입구 일대 공간은 6월 10일부터 열흘간 임시개방했다. 이 부지는 용산미군기지에서 장소적·역사적 의미가 매우 높은 곳이다. 새로운 대통령 집무공간 앞과 국민들을 위한 용산공원을 개방한다는 미래지향적 의미가 강조된 행사였다. 이 과정에서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군기지 반환과 개방이 이루어질 때 항상 거론되는 환경정화 이슈에 대한 명쾌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여전했다. 필자는 모든 과정에 있어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 최대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을 최대화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동의와 지지는 얻자, 그리고 향후 이 과정이 매몰되는 것이 발생하지 않게 하자는 입장이다.

▲조선통신사 옛길 길목에 해당하는 옛 용산미군기지 20번 출입구ⓒ김홍렬
▲조선통신사 옛길 길목에 해당하는 옛 용산미군기지 20번 출입구ⓒ김홍렬

그렇다면, 용산기지 공원화사업에서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가장 먼저, 반환된 미군기지 건물을 있는 그대로 둔 채 기반시설과 공간을 활용한 국민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해보는 것이다. 이에 비슷한 성격으로 진행했던 사례가 2018-2020년 ‘용산공원 갤러리와 시민참여 프로그램운영’과 2018-2019년 일시적으로 운영해본 ‘용산기지 버스투어’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용산미군기지 내에서 이러한 서울시민과 국민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필자는 서울시에서 근무할 당시 반환부지가 없는 상황에서 용산 연구자들과 관계 부처 담당자들과 협력, 그리고 용산미군기지 내 미군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냈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에서 국민들과 함께하기를 바라며, 올해도 ‘용산 어린이 정원’을 조성하여 국민들에게 개방했다, 이제는 국민의 염원을 담을 방향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대통령실을 비롯한 국토교통부, 서울시에서 국민참여 프로그램을 잘 기획하면 모든 일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단기적 속도’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방향(과정)’도 설정하고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본 기고를 빌어, 용산기지 개방지역 방향의 확대를 제안한다. 지난 1년간은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공간을 용산공원 부지로 편입된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하여 개방했다. 앞으로는 용산미군기지 메인포스트 공간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전쟁기념관과 그 일대 부지가 용산공원 조성지역으로 편입되어 있는 만큼, 전쟁기념관 동측에 있는 반환부지와 함께 한미연합사령부 일대 공간을 대상으로 임시개방이나 상시 활용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메인포스트 지역은 백여 년 전 일본군이 군용지로 강제수용하기 전까지는 이태원 마을을 중심으로 오늘날 남산 아래 후암동, 갈월동 지역과 한강변의 이촌동, 한남동 지역을 연결하는 옛길들이 있어 사람과 물자가 오갔던 곳이기도 하다.

▲남산 아래 용산미군기지 메인포스트와 주변지역 경관 : 부산으로 이어지는 조선통신사 옛길ⓒ김홍렬
▲남산 아래 용산미군기지 메인포스트와 주변지역 경관 : 부산으로 이어지는 조선통신사 옛길ⓒ김홍렬

용산미군기지 20번 게이트와 21번 게이트를 연결하는 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두 출입문을 연결하는 시범사업은 ‘조선통신사 옛길’ 문화 콘텐츠와 연계시키게 되면, 용산미군기지 부지의 역사를 일제강점기부터로 편협화 시키는 것을 해소할 수 있다. 두 출입구의 연결된 길은 조선시대 통신사의 출발점이었던 숭례문으로부터 용인, 충주, 문경, 안동, 영천, 경주, 울산을 지나 통신사 일행이 배에 승선했던 부산진성(영가대 일대)까지 도보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용산지역에 군사시설지역으로 단절된 구간의 회복은 단순히 용산지역의 옛길 연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가을부터 용산지역의 단절된 옛길을 회복과 옛길 연결로 서울에서 출발한 일행들이 옛길이 있는 지자체를 걸으며 조선통신사 옛길 문화도 체험하고, 그 길 끝에 광안리 앞바다에서 펼쳐질 불꽃축제의 마당에서 2023 부산 엑스포 홍보와 염원을 터트려보는 상상을 해본다.

용산미군기지를 처음 출입했던 2013년으로부터 딱 10년이 된 해를 보내고 있다. ‘돌도 십 년을 보고 있으면 구멍이 뚫린다’라는 속담이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그간 용산지역과 용산기지 공원화 사업을 둘러싸고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쌓으며, 훌륭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또 협력해왔다. 스스로를 ‘용산김씨’라 칭하며, ‘용산공원 조성과 일대 성장’에 대해서는 인생 과업으로 느낄 정도가 되었다. 개인 역량을 계속 키우고 발전시키는 것과 함께, 공공사업과 지역 활성화 사업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확장 해나가야 할 때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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