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람과 그릇은 많을수록 좋다” 용산주민·기업 참여로 이어지는 조선통신사 옛길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김홍렬 (사)용산공동체 감사/도시공학박사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에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체험 프로그램들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는 ‘교육 체험’과 ‘공원 탐방’ 아래 10여 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그중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이라는 프로그램은 매년 봄과 가을철에 인기가 많다. 이 프로그램은 용산미군기지 주변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장소와 역사 흔적을 장소별로, 주제별로 묶은 8개 코스가 요일별로 진행된다.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2023년 상반기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하반기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준비 중이다.

필자가 서울시청 용산공원 계획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2017년 당시 업무노트 첫 페이지 다음과 같이 두 질문지를 써두고 해결책을 찾고 싶었다. 두 질문 중 첫 번째는,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되었고, 용산미군기지가 이전해 갈 곳들도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 왜 시민들은 용산공원 조성을 체감하지 못할까?‘였다. 두 번째는, ”용산공원의 규모가 여의도 크기에 준하는 엄청난 크기인데, 공원을 단일 녹지공간 조성사업으로 여긴다. 하나의 공원 도시가 생겨나 기존 도시공간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될 수 없을까?“였다.

▲용산기지 둘레길산책 홍보물 ⓒ서울시
▲용산기지 둘레길산책 홍보물 ⓒ서울시

두 질문에 대한 해결책으로 도시공간 속에서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도시계획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방식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기획하여 만들어진 것이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이다. 2019년 첫 운영을 했을 당시에는 용산역에서 삼각지역을 지난 ’옛 용산공원 갤러리(2021년 폐쇄, 2022년 철거)‘ 한강대로를 따라 걷는 ’한강로 산책‘과 녹사평역에서 해방촌을 거쳐 ’용산공원 갤러리‘까지 걷는 ’녹사평 산책’이었다. 이후 매년 새로운 코스들을 신설하여 2020년에는 ‘이촌동 산책(용산역~이촌역~용산가족공원)’, ‘부군당 산책(녹사평역~옛 유엔사부지)~서빙고역)’가 추가되었고, 2021년에는 ‘일제흔적의 길’, ‘과거전환의 길’, ‘철도명암의 길’, ‘독립의지의 길’ 4개의 코스가 신설되면서 총 8개의 코스로 확대되었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고,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필자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기 앞서 가장 먼저 시도해 본 곳이 후암동이었다. 후암동은 용산공원 조성지역 중 북쪽 전면을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조선시대에는 주요 관청과 옛길이 있었던 곳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건물들은 무너지고 새롭게 지어졌지만, 도시 가로망과 삼광초등학교와 용산중·고등학교와 같은 교육시설은 지난 100여 년의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후암동 주민센터는 이를 활용한 ’후암동 동네 해설사 양성 과정‘을 마련하였고, 주민들과 함께 후암동 곳곳에 남겨진 흔적과 역사적 자료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8년 후암동 동네해설사 양성과정 현장 ⓒ김홍렬
▲2018년 후암동 동네해설사 양성과정 현장 ⓒ김홍렬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문화체험을 통해 용산 도시 곳곳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시민들 참여할 수 있는 용산공원 조성과 도시계획의 새로운 바탕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그에 앞서 후암동에서 시범으로 해본 것은 지역사회 주도 형태의 기틀을 마련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시의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이 용산공원 조성사업과도 맞물려 가고 있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고, 또 이를 성장시켜야 할 일이 아직 남았다.

앞으로 용산 지역에서 용산미군기지 동쪽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 용산미군기지 서쪽지역은 한강대로를 중심으로 하여 ’국가상징도로‘, ’용산철도정비창‘사업 등 대규모 도시가로와 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동쪽지역은 많은 정비사업과 개발을 앞둔 지역이다. 향후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용산기지 주변지역인 ’후암동~이태원~보광동~서빙고동(한남동)‘의 옛길과 앞으로 열릴 것이라 믿는 용산미군기지 ’20번 출입구(옛 방위사업청부지 앞)~21번 출입구(국군재경경리단 앞 삼거리)‘일대를 아우르는 대상지는 서울과 용산의 역사와 문화를 포괄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녹사평역 용산공원 플랫폼 내 시민참여 홍보 전시물 ⓒ김홍렬
▲녹사평역 용산공원 플랫폼 내 시민참여 홍보 전시물 ⓒ김홍렬

도시의 발전과 성장에는 가장 필수적인 것이 ’사람‘과 ’사회관계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한다면, 용산의 지역공동체와 기업체도 지역 발전의 참여 주체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용산 도시계획의 주체이자 주인공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공동체, 지역 사회‘가 되어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도시 문화 아이템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그중 가장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 ’조선통신사 옛길‘과 관련한 것이다. 이는 용산공원과 용산 도시공간과 연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전국 지역과 연결하고 확대해갈 수 있는 문화 축제이자 프로그램이 될 수 있음에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산에서 내려다 본 용산 도시경관 ⓒ김홍렬
▲남산에서 내려다 본 용산 도시경관 ⓒ김홍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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